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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Mar 09. 2022

젊을 때 연애해야지?

아들과 함께 '이터널스'를 보다.

89년생 아들과 저녁에 제주도 모텔에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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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아들이 이미 점찍어둔 집들을 부동산 중개인과 함께 돌아보았다. 아들이 이제는 제주도로 거처를 옮기겠단다. 내버려 두면 혼자서 다 알아서 하겠지만 노파심에서 따라나섰다. 주로 30년 넘은 주공아파트들이었다. 바다가 보이는 집도 있고, 엘리베이터 없이 5층을 오르내려야 하는 집도 있고,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가 갖춰진 집도 있었다. 내부는 어느 정도 수리되어 혼자 살기에는 별 문제없을 것 같다. 단점이라면 오래전에 지어진 아파트라 밤에 주차가 용이하지 않을 것 같다.


어제 저녁식사 하면서 둘이 소주를 거하게 했기에 오늘은 저녁식사만 가볍게 하고 숙소에 일찍 들어왔다. 침대만 두 개 덩그러니 있는 숙소에서 아들이 TV 채널을 돌리더니 영화를 보잔다. 사실 좋은 영화는 소설책 한 권 읽은 것만큼의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려니 한다. TV로는 무료인 고전영화나 가끔 찾아보는 내게 아들이 최근의 마블 영화를 보자고 한다. 개봉한 지 몇 달 지나 5,500원 밖에 안 한다며 '이터널스'를 보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요금을 결제한다. "마블 시리즈는 꼭 봐야 하니까 결국은 볼 거야. 지금 이 기회에 보자!" 하며. 나는 예전에 아들이 했던 말이 기억났다. "아빠는 좋겠다. 마블 시리즈 영화 거의 안 봤잖아! 나중에 시리즈 처음부터 차례대로 보면 아주 긴 시간 행복할 거야! 난 이미 다 봐서 그렇게 길고 좋은 시간 가져보지 못하겠지."


이터널스에 한국 배우가 나온다는 것을 연합뉴스에서 읽은 적 있다. 그렇다고 그 영화를 찾아보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기회가 와서 보면 다행이고 못 보고 죽는대도 크게 아쉬울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화면이 현란한 할리우드 블럭버스터 영화가 내게 긴 여운을 남긴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재미있었다. 상영시간 155분, 무려 두 시간 반이 넘는 시간이었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좀 황당한 스토리였지만 격변하는 화면이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주인공인 세르시를 연기하는 중국계 영국인 젬마 찬이 특히 내 눈길을 끌었다. 안젤리나 졸리보다도 젊고, 은근한 매력이 있었다. 이터널스들이 연합하여 데비안츠들을 모두 물리치고 영원을 사는 이터널스 세르시와 (신이 보기에) 순간을 사는 인간인 남자가 따뜻한 포옹을 하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났다.


세르시의 포옹 장면이 아직 여운으로 남아 있을 때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 너처럼 젊을 때 저런 사랑 해봐야 하는 거 아녀?”


나름 영화의 여운을 즐기고 있던 아들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저런 사랑의 감정 그리 오래 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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