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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Apr 09. 2022

배드민턴 게임

무조건 이기면 기분 좋은 것이 동물의 본능

배드민턴을 몇 달 쳐보니 느끼는 것이 많다.


매일 아침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내가 브런치에 글쓰기를 시작한 이후 글쓰기를 취미로 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 놀랐듯이, 배드민턴 동호회에 가입하고 나니 이렇게 배드민턴을 열심히 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나 역시 이제는 오전에 가능한 다른 일정을 잡지 않는다. 그리고 거의 매일 아침에 체육관을 찾는다. 동호회 시간이 아침 10시부터 12시까지고, 샤워까지 하면 오전 반나절을 완전히 배드민턴에 할애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배드민턴의 장점은 실내 운동이라 날씨에 영향받지 않는다. 피부를 노화시키는 자외선도 받지 않는다. 매우 과격한 운동이라 30분이면  몸이 땀에 젖어 운동효과가 만점이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이 운동으로 땀을 내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여기에는 강한 중독성이 있다. 환복을 하고 아무나 붙잡고 난타를 친다. 아무나 붙잡을  있는 것은 아침마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마음의 여유도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갖고 있다. 난타는 순전히 게임을 위한 몸풀기이다. 모두가 복식 게임을 즐긴다. 게임(Game) 사전적 정의는 일정한 규칙에 따라 승부를 겨루거나 즐기는 놀이이다. 그런데 생각보단 놀이에 목숨  분들이 많다. 게임 시작 구호가 '주기자' 분도 있고, 오늘  게임 모두 이겼다며 엄청 즐거워하는 회원도 있다. 음료수 내기를  것도 아니고 점심 내기를  것도 아니다. 내기를  것도 아닌데 오늘  게임 모두 졌다며 시무룩한 회원도 있다. 혼자 하는 게임도 아니고 파트너가 중요한 복식경기이고, 내기한 것도 아닌데 이기고 지는 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기면 기분 좋은 것이 동물의 본능이라면, 져서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줬다는 것으로 뿌듯한 마음의 온을 찾을 수는 없을까?


사람들은 내기를 참 좋아한다. 너무 좋아해서 문제를 일으킨다. 몇 년 전에 청주의 어느 노인정에서 한 할머니가 독극물을 탄 음료수를 다른 할머니들에게 먹여 파장을 일으켰던 사건이 있었다. 발단은 점당 10원짜리 고스톱이 문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40여 년을 알고 지내 허물없는 내 친구들 간에도 잊지 못할 사건이 있었다. 나와 자주 골프 라운딩을 하는 친구 둘이(나는 빼고) 한 홀당 1000원 내기를 하였다. 골프는 18홀 게임이니 모든 홀을 져도 18,000원을 잃는 것이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없다. 내가 보기에는 둘이 실력이 엇비슷하다. 비기는 홀도 많고 이기고 지고 하다 보면 아무리 많이 져도 10,000을 결코 넘을 수 없다. 첫 네 홀 중에 세 홀을 져서 3000원을 잃은 친구가 다섯 번째 홀에서 폭발하였다. 오른쪽으로 날아간 티샷이 코스를 벗어난 듯했다. 캐디는 완전히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아예 공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이미 전 홀에서부터 많이 찾아다녔다). 손수 숲 속을 뒤져 자신의 공을 찾아낸 친구는 캐디에게 화풀이를 했다. 살아 있는 공을 죽었다 했다며... 경기팀장을 불러 결국 캐디를 바꿨다. 자신도 화를 낸 것이 무안했는지 골프 칠 기분 아니라며 그 직후 골프백 싸들고 집으로 가버렸다. 같이 내기하던 친구는 황당해했다. 3000원 땄다고 너무 놀렸나 하면서... 다시는 둘이 함께 골프를 안 칠 줄 알았는데 한 달 뒤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골프를 친다. 골프를 아예 접을 것이 아닌 이상 안 볼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사건이 있은지 일 년이 지난 후에 내가 그 둘도 데리고 필리핀으로 골프여행을 떠났다. 이 번에는 둘이서 홀 당 1불 내기를 하다가 또 사건이 생겼다. 3불을 딴 친구가 멀리건(최초의 티샷이 잘못되었을 때, 벌타 없이 주어지는 세컨드 샷)을 안 준다고 3불을 잃은 친구가 삐진 것이다. 설마 필리핀에서 골프백 싸들고 집으로 가진 못하겠지 했는데, 그날 밤에 비행기 스케줄 바꿔 혼자 귀국해버렸다. 그 뒤로도 그들은 함께 골프를 많이 쳤지만 필리핀 사건 이후론 내기를 하지 않았다.


나중에 경험 많은 캐디에게 들었다. 1000원 내기하는 할아버지들이 제일 골치 아프다고. 우선 시끄럽고 소란스러우며 1000원 때문에 삐지거나 라운딩 중간에 골프백 싸들고 가는 할아버지들 제법 있다고... 한 타당 100만 원짜리 내기하는 골퍼들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라운딩 중에 절대 말 안 한단다. 오로지 모두 자신들의 게임에만 집중한단다. 캐디도 그린 위에서 공만 닦아줄 뿐 라이도 놓지 않는단다. 혹시라도 그들의 게임을 방해할까 봐 노심초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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