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차서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아침 9시 배드민턴 레슨은 코치 선생님이 계속 쳐주는 셔틀콕을 한 동작으로 받아내야 한다. 스매싱, 푸시, 헤어핀, 클리어, 심지어 네트킬! 결국 몸에 아니 근육에 동작을 기억시키는 과정이다. 근육에 기억시키는 과정은 고단하고 힘든 과정이다. 5분 내지 10분 정도 스텝을 밟으면서 한 동작을 반복하고 나면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내 심장이 터지기 직전을 코치 선생님은 귀신같이 안다. 체육관 벽을 붙잡고 가뿐 숨을 몰아 쉬며 잠시 숨을 고른 후에 다시 반복한다. 이렇게 세 번 반복하면 그날의 레슨은 끝이다.
숨이 차서 가슴이 터질 것 같을 때 희열을 느낀다. 신체가 극한으로 몰려 고통스럽다면 동물은 죽어버릴지 모른다. 그래서 마약 성분 같은 호르몬이 생성되어 고통을 견딜 수 있게 한다. 고통이 끝나도 생성된 호르몬 성분은 계속 작용해 이제는 오히려 희열을 느끼게 한다. 희열을 맛 본 동물이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것을 우리는 중독이라고 한다. 보통 중독이라 하면, 마약, 알코올, 니코틴, 도박을 떠올리고 치료가 필요한 병으로 생각한다.
운동중독이란 용어가 있다. 마라톤을 자주 뛰는 사람들이 경험한다는 러너즈 하이(Runner's high)가 대표적이다. 어느 정도 이상 뛰면 고통이 없어지고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 온단다. 그 희열에 중독된 사람을 운동에 중독되었다고 한다. 모든 과격하고 심한 운동이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배드민턴도 과격하고 심한 운동이다. 매일 운동하지 않으면 몸이 찌뿌둥하고 우울하다면 중독된 것이다. 운동중독은 건강한 중독이라고도 한다. 육체적으로도 좋고 정신적인 건강에도 좋기 때문이다.
인간은 원초적으로 우울하다. 결국은 늙고 병들어 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할 일이 많은 젊은 사람은 가끔 불안을 느끼지만 시간이 남는 은퇴한 어르신은 자주 우울하다. 우울증 치료에 정기적인 운동이 효과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아 행복하니까.
신년 초부터 시작한 배드민턴이 어느새 6개월에 들어섰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희열을 매일 느끼니 우울증 치료를 넘어 중독된 것에 틀림없다.
나를 포함하여 매일 오전에 이렇게 배드민턴 치면서 운동할 수 있는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가끔 복식 게임 중에 '잠깐만요.' 하면서 걸려온 전화로 용무를 처리하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게임에 몰입한다. 게임하는 중에는 모든 것을 잊고 오로지 게임에 집중한다. 그래서 거의 모든 운동이 정신 건강에도 좋은 것이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숨을 몰아쉬면서 원초적 불안과 주변의 고민을 싹 잊고 있으니 좋을 수밖에.
인생이란 주어진 시간이다. 얼마나 내게 주어졌는지 모르지만 유한한 시간이다.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느냐가 선택이다. 많은 시간을 자고, 많은 시간은 노동하지만, 어떤 때는 여행으로 채우고, 어떤 때는 운동으로 채우고, 어떤 때는 사랑으로 채우며 시간을 보낸다. 지금 한국 남자들의 평균 건강수명이 74세라고 하니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이제 10년 남았다. 그 귀한 시간 중에 6개월 동안 거의 매일 두세 시간을 배드민턴에 쏟아부었다. 중독된 것에 틀림없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지금도 창의적 혁신의 아이콘이다. 2005년 스탠퍼드 졸업식 축사는 명연설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연설문에서 내 강의시간에 자주 인용하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If today were the last day of my life, would I want to do what I am about to do today?'
번역하면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 하기로 되어 있는 일을 하고 싶을까?' 매일 아침 스티브는 거울을 보며 이 질문을 했다고 한다. 아니오란 답이 며칠 계속되면 무엇인가 생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했다.
내 일정표에는 매일 할 일이 아직은 제법 있다. 그중에는 매일 아침 배드민턴도 있다.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인데 배드민턴을 치러 체육관에 가고 싶을까?
아마도 갈 것 같다. 배드민턴에 중독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