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거니 Feb 12. 2022

잔소리

배드민턴 찬가

2022년 1월부터 배드민턴 레슨과 클럽(동호회) 등록을 하여 사람들과 어울려 배드민턴을 치기 시작했다. 다른 일정이 없는 날은 매일 오전에 서둘러 체육관에 간다. 배드민턴처럼 짧은 시간에 땀이 나는 운동이 있을까 싶다. 그만큼 격렬한 운동이고 아주 재미있는 운동이다. 운동은 등에 땀날 정도로 해야 효과가 있다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운동을 한 적이 지난 10년간 거의 없다. 더워서 등에 땀 난 적은 많지만...


토요일 아침 배드민턴 체육관을 찾았다. 역시 토요일은 한산하다. 나는 이런 여유가 좋다. 동네 A조(선수처럼 잘 치는 사람들)가 복식경기를 하고 있다. 정말 잘 친다.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다. 네 사람 중에 한 명만 나와 같은 동호회 소속이고 나머지 세 사람은 모르는 사람들이다. 아마도 새벽반 동호회 소속일 것이다. 아직 새벽반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니. 나이도 있어 보이고 아주 잘 치는 한 사람이 자기 파트너에게 계속 코치(잔소리?)를 한다. 뛰어나와야 한다느니, 스텝이 엉켰다느니, 그렇게 치면 어떡하냐고. 내가 보기에는 파트너도 제법 잘 친다.


갑자기 코치받던 사람이 채를 코트 밖으로 집어던졌다.

“재미로 치는 건데 왜 자꾸 잔소리야! 누가 가르쳐 달랬어?”

이 소동에 체육관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옆 코트에서 경기에 집중하던 사람들도 멈춰서 버렸다. 나동그라진 채를 다시 집어 분질러 버린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렸는지 아작아작 부셔서 코트 옆 쓰레기통에 처박는다. 같이 경기하던 세 사람은 황당한 표정이고, 특히 잔소리하던 제일 나이 많아 보이는 아저씨는 정신이 나간듯하다. 멀쩡한 채에 화풀이 한 아저씨는 배드민턴 가방을 싸들고 미안하단 한마디 말을 내뱉고 체육관을 나가버린다. 아마 다시 보지 못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다른 동호회나 클럽을 찾아가겠지 싶다.


체육관 벽에 걸려 있는 배드민턴 10 계명이 생각났다.

1. 상대 선수 및 파트너를 존경한다.

2. 심판의 판정을 존중한다.

3. 좋아하는 사람과만 같이 게임하지 않는다.

4. 어떤 경기, 어떤 상대와의 경기라도 항상 최선을 다한다.

5.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때 25점 한 게임만 하고 경기를 마친다.

6. 경기에 패했을수록 승자와 악수를 하고 축하해 준다.

7. 경기에 패했을 때 파트너나 그 외 다른 것에 패인을 전가하지 않는다.

8. 상대 코트에 떨어진 셔틀콕은 상대방 판정을 100% 존중한다.

9. 게임은 공평하게 한다.

10. 준비운동으로 부상을 예방한다.


배드민턴 10대 꼴불견이란 것도 있다.

1. 강자에게는 굴하는 자세로, 약자에게는 군림하는 자세로 경기하는 것.

2. 패했을 때 파트너 탓하는 것.

3. 상대방의 인, 아웃 판정을 불신해 상호 간 입씨름을 하는 것.

4. 심판이 어리거나 약해 보일 때 심판 판정을 무시하는 것.

5. 승리했을 때는 악수하고, 패했을 때는 악수 없이 바로 퇴장하는 것.

6. 잘한다는 이유로 기다리는 사람을 무시하고 연속적으로 경기하는 것.

7. 혼복 경기 중 경력이 짧은 파트너에게 못 한다고 핀잔주는 것.

8. 일반 사복 차림으로 코트에서 경기하는 것.

9. 돌봐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초보자, 초보자를 무시하는 경력자.

10. 셔틀콕 준비 없이 입장하는 것.


결국 쓸데없는 잔소리가 말썽이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하는 잔소리는 없다. 그것은 잔소리라 하지 않고 항명이라고 한다. 모든 사회나 조직에는 알게 모르게 서열이나 위계질서가 있다. 두 사람만 있어도 서열이 생긴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주인과 가축, 남자와 여자 등등... 배드민턴 동호회에도 나이에 따른 서열이 있고, 동호회 가입 순서에 따른 서열이 있고, 잘 치고 못 치고에 따른 서열도 있다. 조금이라도 서열이 앞 선 사람이 비록 선의를 갖고 하는 말일지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충고나 가르침이 아니라 잔소리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충고나 가르침을 받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격려를 포함한 잔소리(?)가 간혹 먹히는 것 아닐까?


골프에 좋은 예가 있다. 보통 골프를 치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엉망이다. 골프를 잘 치기는 정말 어렵다.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보기 플레이(18홀에 90타)를 한다. 수준에 막 오른 많은 보기 플레이어들이 백돌이(허구한 날 백타를 못 깨는 사람)에게 코치를 한다. 그립, 백스윙, 피니쉬 동작 등에 대하여... 싱글 핸디캡퍼라는 80타 전후를 치는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이런 코치를 하지 않는다. 자신의 게임에만 집중한다. 그러나 백돌이나 보기 플레이어가 물어보면 일종의 원 포인트 레슨을 해준다. '자기가 보기에는'이란 접두어를 쓰면서... 절대 남의 플레이에 대하여 먼저 얘기하지 않는다. 싱글 핸디캡퍼 보다 잘 치는 소위 프로라는 사람들은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다. 돈을 내야 가르쳐 준다. 정식으로 돈을 내고 가르침을 받겠다는 사람에게만 가르쳐 준다.  


골프와 달리 배드민턴이나 테니스 복식경기는 파트너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호흡이 맞으면 정말 어려운 공을 받아 내고 상대편의 실수를 유발해 게임을 이긴다. 배드민턴 동호회에서 단식경기를   없다. 모두가 복식 경기만을 한다. 단식은 체력을 많이 소모하고  명이서 코트를 독점하니 항상 코트가 부족한 동호회에서 감히 누구도 시도하지 않는다. 누구를 파트너로 잡고 누구를 상대방으로 하여 게임을  것이냐가 중요하다. 게임에 임하는 모든 인간은 이기고 싶어 한다. 동호회에서 가장 나이 아 보이는 어르신은 나머지   중에 제일  치는 사람과 항상 파트너를 한다. 자기가 나이가 많아 제일  치니 그래야 양쪽이 비슷하여 게임이 재미있단다. 어르신의 게임 시작 구호는 "주기자!" 이다. 그만큼 이기고 싶단다. 동호회 나온    정도 지나 보니, 나보다  치는 사람과 파트너 해서 얼추 비슷한 팀과 공방전을 벌이다가 이겼을  특별한 쾌감을 느낀다. 특별한 쾌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팀을 짜고 파트너를  정해야 한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눈치싸움을 한다. 이런 쾌감을 느끼기 위해 사람들은 매일 체육관에 온다.


부모와 자식은 함께 복식경기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경력자인 부모가 초보자인 자식을 가르치며 함께 경기를 한다. 어는 시점이 지나면서, 성인이 된 자식의 경기력이 향상되면 자식을 대등한 파트너로 존중해줘야 한다. 곧 자식이 노쇠해지는 부모보다 경기력이 앞설 것이다. 서로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서로 존중해야 한다. 절대 잔소리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성공이란 자주 행복감(한 번의 행복은 오래 지속되지 않으니)을 느끼며 자유롭게 사는 것이다. 재정적 자유, 건강한 육체적 자유,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심리적 자유를 누리면서...  





 







매거진의 이전글 할아버지 누구한테 혼났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