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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Feb 13. 2023

왜 벤츠(Benz)가 흔할까?


주변에 벤츠가 정말 흔하다.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내가 보기에 벤츠가 주변에 정말 많다. 정상일까?


벤츠는 자동차를 처음 발명한 사람의 이름이고, 따라서 벤츠는 가장 오래된 자동차 회사고, 따라서 잘 만든 자동차 임에는 틀림없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https://brunch.co.kr/@jkyoon/116 ) 주변의 마을에서는 50년이 넘은 벤츠들이 아직도 잘 달리고 있는 것을 보면 내구성 면에서도 경쟁할만한 차가 없기는 하다.


산타페급 벤츠의 가격은 산타페의 세배 정도다. 벤츠 GLE 한 대를 굴리는 것은 산타페 세 대 정도를 굴리는 것과 비슷한 비용이 든다. 초기 구입비용뿐 아니라 유지비용도 거의 세 배가 든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부품값도 세 배지만 공임도 세배니...


당신은 벤츠 GLE 한 대를 타시겠어요? 아니면 산타페 세 대를 굴리시겠어요?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이 시작되고 있는 중이다. 얼마나 빨리 이행되느냐가 문제지 전환 자체에 의문을 다는 사람은 없다. 벤츠는 100년 이상 내연기관자동차를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드는 회사였다. 벤츠는 지금 전기자동차도 만들고 있다. 테슬라가 먼저 시작했지만...


우리나라가 벤츠 판매대수로 세계 5위 시장이라고 한다. 중국, 미국, 독일, 영국 다음이란다. 중국과 미국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나라이고, 독일이나 영국은 우리나라보다 인구도 많고 소득도 높다. 심지어 독일은 벤츠 생산국이다. 한국의 국민 소득이 높아졌다지만 세계시장을 누비는 자동차회사가 엄연히 있는데, 일본이나 프랑스, 이탈리아보다도 벤츠가 많이 팔린다는 것을 나 같은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다.


벤츠에서 가장 크고 비싼 승용차가 S class이다. 우리 돈으로 1억 5천에서 2억 정도 한다. 이 S class만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가 중국, 미국 다음이란다. 인구 오천만이 조금 넘는 우리나라에서 일 년에 만대 이상씩 팔리고 있다. 최고급 국산차인 제네시스 G90 보다 더 많이 팔린다. 한국에서 자신이 성공한 인생이라면 벤츠 S class를 타야 한다. 그래야 성공을 자타가 공인한 것이다.


한국인의 벤츠 사랑은 여기서 시작한 것이다. 성공을 인정받고 싶어서...


S class는 운전기사 고용해 뒷자리에 타는 차이다. 소위 Schauffeur driven car이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그보다 작은 E class를 선호한다. 운전기사 인건비가 장난 아니게 비싸니... Owner driven car인 E class는 S class의 반 값이다. 값도 싸고(?) 벤츠라.. 우리나라에서 소나타, 그랜져만큼 잘 팔린다.


평균소득이 높아지면 자동차가 좋아진다. 도로도 좋아진다. 당연하다.


예전에 스위스에서 오스트리아로 운전하면서 국경을 넘어간 기억이 있다. 국경을 넘자 도로포장상태가 확연히 떨어지고 주변에 보이는 자동차들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잘 사는 스위스에는 벤츠,  BMW가 많았는데 오스트리아로 넘어오니 값싼 이탈리아와 체코의 자동차가 많이 보였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교환교수로 펜실베이니아 주립대가 있는 도시에 거주했는데 한국 장을 보러 워싱턴 D.C를 자주 갔었다. 펜실베이니아에서 메릴랜드로 넘어갈 때마다 도로의 포장상태가 확 달라지는 것을 느끼며 메릴랜드가 펜실베이니아보다 부자 동네라는 것을 실감했다.

 

서울 근교 골프장에서 주차된 자동차들을 살펴본다. 벤츠, BMW, 아우디, 볼보, 렉서스, 포르셰, 마세라티들이 즐비하고 국산차도 제네시스뿐이다. 어쩌다 아반떼를 보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하기는 한국에서 하루 골프 치는 비용을 생각하면 골프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운동은 아니다. 경차나 아반떼타고 골프장 오는 사람은 골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그 비싼 돈 내고 골프 치러 오는 사람이 아니다.


타고 다니는 자동차가 신분이나 계급을 보여준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무슨 신분과 계급이 있냐고 하지만, 자본주의에서 신분과 계급은 갖고 있는 자산이 신분이고 계급이다. 우리나라는 유례없이 빠른 고도성장을 하다 보니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강남의 아파트 가격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도저히 설명이 안된다.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동차 가격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대로다. 특히 벤츠와 같은 수입차 가격은 오히려 내린 측면이 있다. 20년 전 사촌 형이 벤츠 E class를 거의 1억을 주고 구입했는데, 지금 가격은 그보다 싸다.


대부분의 한국 중산층이 자산의 80% 이상을 살고 있는 아파트로 갖고 있다고 한다. 은퇴할 때 결국 갖고 있는 자산의 대부분이 아파트라 은퇴 이후 30년을 살려면 아파트를 팔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의 아파트 값은 베이비부머가 은퇴할 시점에 폭락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베이비 부머들은 은퇴를 시작했지만 한국의 아파트 가격은 아직 요지부동이다. 강남 아파트 가격에 비하면 벤츠의 가격은 아무것도 아니다.


은퇴하면 건강보험이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변경되는데,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산정 시에 소득과 재산뿐 아니라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를 함께 고려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인데 수십 년간 유지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비싼 차를 타고 다니면 건강보험료도 엄청 내야 한다. 자동차의 수명은 보통 십 년이다. 십 년이 되면 차 상태와 상관없이 초기 구입비의 10% 정도의 잔존가치만 남는다. 그래서 9년이 넘는 자동차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아예 고려하지 않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심 선고받는 날의 기사를 읽었다. QM3를 타고 법정에 출두했다는 것을 보면서 조국이 무슨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기자의 관심인가? 사람들의 관심인가? 궁금했다. 지난 재판 때 QM3를 손수 운전하고 출두했다는 것을 읽은 기억도 난다.


한국 사람들은 누가 무슨 차를 타고 다니는 것에 관심이 많다.


한 때 한국의 국민차가 소나타였다. 소나타가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였다. 그보다 작은 아반떼나 액센트 프라이드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자리를 그랜져가 차지하고 있다. 좁은 국토와 엄청 부족한 주차공간을 갖고 있는 나라에서 소나타나 그랜져 같은 중형차가 제일 선호된다는 것을 나 같은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다. 신분이나 계급을 보여주기 위해 타는 것이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평가해야 하고, 평가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크고 비싼 차 벤츠를 타야 한다.


인도처럼 오래된 카스트제도가 있는 것도 아닌데, 혼인을 비롯한 사업상의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상대방의 신분이나 계급을 알고 싶다. 상대방 자산의 크기가 궁금하다. 재산 목록을 명함에 넣어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얼마나 비싼 차를 굴리느냐로 가늠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무슨 차를 타느냐가 한국에서는 중요하다. 살고 있는 아파트를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벤츠를 사랑한다. 아무나 탈 수 있는 차가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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