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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Feb 19. 2023

헤어질 결심 4

제목에 4를 붙인 이유는 3번 보고 작성한 글( https://brunch.co.kr/@jkyoon/484 )이 있는데, 베트남 호찌민 오는 비행기 안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을 네 번째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레이시아 왕복 비행기 안에서 세 번을 힘들게 보고, 도서관에서 영화 대본을 빌려서 읽었다. 아직도 상영하고 있는 독립영화관의 큰 화면으로 차분하게 보는 것은 남겨 놓았다. 베트남 오는 비행기는 보잉 777-300이다.  좌석 앞 화면이 말레이시아 왕복 때의 에어버스 A330의 화면보다 크고 밝았다. 그래서 또 '헤어질 결심'을 터치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나니 많은 부분이 새롭게 이해되었다.


호미산에서 서래의 무거운 짐(어머니와 외조부의 화장분골)을 대신 뿌려주고, 해준은 서래와 뜨거운 키스를 한다.( 본 기억이 없다. 처음 본 듯...) 그리고 집 앞에서 집을 나가는 아내 정안과 마주친다. 남편 해준의 외도를 확신한 아내는 드디어 집을 나선 것이다. 키스하는 것을 봤나? 최근 이혼한 직장동료 이주임에게 큰 가방을 들게 하고 정안의 양손에는 석류청 단지와 자라 한 마리를 들고 있다. 석류청과 자라가 클로우즈업 된 이 장면이 인상적이다. 석류청은 정안 자신의 폐경을 늦추기 위해 해준과 함께 집에서 만들었던 것이고, 남자의 정력을 회복시켜 준다는 자라진액의 재료인 자라는 해준이 며칠 전 자라도둑을 잡아주고 선물로 받아온 것이었다.


이 장면에 여자들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16년 이상의 결혼생활을 함께한 남편을 떠나는 순간, 자신의 미래 섹스를 위한 치밀(?)한 준비성이 불쾌하지 않았을까?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에게 왜 정안을 욕정이 가득한 한심한 여자로 만들었냐고 불만을 내보이지 않을까? 불륜은 남편이 저질렀는데, 그래서 떠나는 아내를 왜 그런 모습으로 밖에는 그리지 못하냐고?


한심한 정안을 잠시 잊고, 자세가 꼿꼿한 서래에게 마음이 끌리는 해준에게 남자들이 안타까움을 보내지 않을까? 해준의 미결사건으로 남아 불면증에 시달리는 밤마다 자신의 사진을 보게 하고 싶다는 서래에게 “독한 년.”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을까?


해준이 서래와 해피엔딩하기 위해서는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 심지어 경찰이 범법자가 되어야 한다. 살인범의 은닉과 도피를 도와준 공범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소위 야반도주해야 한다.


가정폭력, 살인, 불륜, 증거인멸, 도피방조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범죄가 결합되어 있지만 사람들은 해준과 서래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만을 본다. 여인의 죽음으로 끝나는 비극적 사랑에 애틋한 마음을 느낀다. 불륜인데도 말이다.


사랑과 관련된 좋은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너 아니었으면 내 인생 공허했다."

"당신 만날 방법이 이것밖에 없는데 어떡해요."

"왜 그런 남자하고 결혼했습니까?"

"다른 남자하고 헤어질 결심을 하려고 했습니다."

"참 불쌍한 여자네."


해준이 양압기(영화에서는 코로 숨 쉬는 것을 돕는 호흡기로 나온다.)를 사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양압기의 효능은 나도 잘 안다. 단점은 이곳 베트남까지 양압기를 들고 왔다는 것이다.


어디를 가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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