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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Feb 19. 2023

왜 명품백에 연연할까?

여자들은 왜 명품백을 좋아할까?

남자 어르신인 내가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여자에게 물어보았다. 누구였는지 조차 기억은 없지만 그녀의 대답은 기억난다.

"명품백은 패션의 완성이에요. 잘 차려입고 마지막에 백을 들죠. 화룡점정이라고 아시죠?"


그렇지만 잘 차려입지 않은 여성도 명품백은 들고 있는 것을 본 적은 많다.


공항 면세점을 지나칠 때마다 궁금했다.


명품시계가 잔뜩 진열되어 있다. 시계들이 점점 크고 무겁게 진화하고 있다. 저렇게 크고 무거운 시계를 차고 있으면 수갑을 차고 있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항상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니 시간이 궁금한 것은 아닐 텐데...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시계를 차는 사람도 많다. 나도 그중의 한 명이다. 한순간이라도 스마트폰과 떨어질 수 없는 마음은 이해된다. 그러나 아무나 쉽게 찰 수 없는 크고 무거운 명품 시계를 찬다는 것은 자신의 신분이 아무나가 아니란 것을 인정받고 싶은 것 아닐까?


면세점의 물건 중에 화장품, 향수, 위스키와 담배는 기호품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거의 백이라고 보면 된다. 소위 명품백! 대부분의 백은 남자보다 여자를 위한 것이다. 백을 들고 다니는 남자도 늘어났지만 여자들은 예외 없이 백을 들고 다닌다. 몇천만 원하는 백도 있다고 들었다. 몇백만 원하는 백은 널렸다고...


벤츠나 포르셰는 국산차의 세 배다. 자동차의 감가상각과 유지비용을 생각하면 국산차 세 대를 몰고 다니는 것과 비슷한 비용이 든다. 일종의 명품 자동차다. 직업적인 테스트 드라이버가 아닌 일반인이 명품자동차의 운동성능과 승차감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Blind test처럼 자동차의 브랜드를 가리고 보통 사람이 핸들링, 승차감 및 운동성능을 시험해서 명품자동차를 구별해 내기는 어렵다고 나는 생각한다. Blind test로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구별해 내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다. 그만큼 자동차의 모든 면이 정말 좋아졌다. 자동차 관련 기술은 거의 포화된(saturated) 상태다.

 

결국 아무나 쉽게 탈 수 없는 명품 자동차를 탄다는 것은 자신의 신분이 아무나가 아니란 것을 인정받고 싶은 것 아닐까? 남자들이 명품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것과 여자들이 명품백에 연연하는 것은 같은 이유 아닐까?


독박육아에 지친 어떤 아이 엄마가 우울증에 걸려 남편에게 명품백을 사달라고 했다. 몇백만 원이나 하는 명품백을 사야 하나 마나 하고 고민하는 어느 남편의 이야기가 SNS에 올라왔다는 것을 최근 기사로 본 기억이 난다. 사람들의 반응은 사줘야 한다와 사지 말고 아내를 설득해 보라는 것으로 양분되었다는 것도...


몇백만 원도 자기 맘대로 쓸 수 없다면, 경제권을 남자가 모두 갖고 있는가 보다. 그것이 아니라면 내 돈으로 사기는 싫고 남편이 선물해 주면 좋겠다는 심리일지 모른다. 남편을 마법 같은 환상적 동반자( https://brunch.co.kr/@jkyoon/452 )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 착각에 동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랑의 정도와 크기가 명품백의 가격과 비례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것일까? 명품백 선물로 확인이 되는 것일까?


인류학자들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들은 여성을 남성의 게임에서 병졸에 불과한 존재로 간주했다. 지배적인 이론은 딸과 여자 형제는 남성의 재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여성은 가부장적 집단들 사이에 동맹을 강화하는 '최고의 선물'로 교환되었다. 이런 태도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상징적 잔재로 남아 있는데, 결혼식 때 신부를 아버지가 새 남편에게 '건네주는' 풍습이 그것이다.

- 프란스 드발의 '차이에 대한 생각' p.239 -


신부를 사위에게 건네는 아버지의 마음은 '이제 내 책임과 의무는 끝났다. 사위인 네가 이젠 책임지고 내 딸을 먹여 살려라! 명품백도 사주고...'인 것일까? 프란스 드발의 책을 읽기 전에 내 딸이 결혼할 때, 난 이런 건네주는 행위의 의미를 몰랐지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하지 않겠다고 딸에게 말했다. 하기 싫다고. 난 널 시집보내고 싶지 않다고. 보낼 수 없다고. 결국 딸과 사위는 둘이 손잡고 입장하는 모습으로 결혼식( https://brunch.co.kr/@jkyoon/96 )을 진행했다.


그런 내 딸도 시어머니가 준 돈으로 프라다 명품백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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