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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l 28. 2023

내 맘대로 살고 싶다고?

35년생 정신과 의사인 이근후교수님의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https://youtu.be/5ua4HTirj3Y )

50년 동안 정신과 상담을 하고 곧 90세가 되는 어르신이다. 나이 들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구음장애가 좀 듣기 거북했지만 내용이 좋았다.


요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내 맘대로 살아보지 못했다는 것이란다. 자유롭게 살지 못한 것을 가장 후회한단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자유롭게 살지 못한다. 법이나 도덕이 있기도 하지만 경제적인 여유 때문에 그런 것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많은 제약 속에서 산다. 가족이란 울타리에서, 직장이란 담장 안에서, 그리고 사회란 큰 철책 안에서 우리는 많은 제약을 느끼며 산다.


두 번째는 한을 풀지 못하고 산 것을 후회한단다. 대한민국의 특징을 '한'의 사회라고 한다. 맺힌 것은 결국 한이 된다. 많은 사람이 한을 품고 산다. 세 번째는 베풀며 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단다. 움켜쥐고 산다. 영생을 살 것도 아닌데, 언제 죽을지 모르니 계속 쌓기만 했지 풀지를 못했단다.




‘나는 자연인이다’란 TV 프로그램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방영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내 마음대로 살고 싶다는 꿈이 있는 것이다. 자연 속에 살면 아주 불편하다. 그래서 기회가 주어져도 감히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남이 그렇게 사는 것을 동경하면서도 나는 기회를 찾는 것 자체를 주저한다.


아들이 있다. 89년생인 아들이 며칠 전 만 34세 생일이 되었다. 재수해서 대학 가고, 재학 중에 군대 가고, 졸업하자마자 소위 대기업에 취직했다. 곧 결혼할 줄 알았다. 남들처럼 살 줄 알았다. 제법 오래 직장 생활할 줄 알았는데 가족들에게 비혼을 선언하고 6년 다닌 회사를 그만뒀다.  직장동료들은 비트코인으로 돈 벌어 퇴사하는 줄 알았단다. 퇴사결심하고 내게 통보(?)했다. 그때의 대화가 아직도 생생하다.

"잘하는 걸까?"

"잘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는 지나 봐야 알지 지금 어떻게 알겠어?"

서귀포에서 2년 넘게 혼자 살고 있다. ( https://www.youtube.com/@wooruk/about )

아들은 아마 죽을 때 나보다 후회가 적을 것 같다. 없을지도 모른다.


사회적 죽음(정년퇴직)을 앞둔 나 역시 자유시간을 만끽하고 있다. 서귀포로 가서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만 난 혼자 여행을 떠났다. 아니 한국을 떠났다. 나만의 시간을 원한다. 혼자의 시간이 필요하다. 두꺼운 벽돌책(몰입,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을 들고 행복한 나를 만나기 위해 아는 사람도 없고, 연고도 없는 그러나 추억은 있는 호찌민에 있다.


고립은 좋지 않지만 고독은 좋은 것이다. 자신을 성찰할 좋은 시간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본능적으로 혼자 있는 것을 피한다. 어울려 지내면서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 그러나 모든 관계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많은 불행이 관계 속에서 잉태된다. 그래서 가끔은 모든 관계를 끊고 혼자 있는 것이 좋다. 그런 기회를 만들기도 쉽지 않다. 고독하지만 외로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고독'이란 단어를 좋지 않게 생각한다. 고독사라든지 고독을 씹으며 같은 표현을 보면. 하지만 '고독'은 단순히 혼자 있는 상태를 뜻하는 중립적인 단어이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이 있고 벽돌책도 있으니 외롭지 않다.


내 맘대로 살고 있다. 비록 2주간의 머무름이지만...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란 책이 있다. 관계에서 벗어나 외로워야 성찰할 수 있고, 성찰을 통하여 생산적일 수 있다. 생산적이란 단어에 나는 거부감이 있다. 자본주의에서 생산적이란 돈이 되어야 한다. 순전히 좋아서 하는 취미는 생산적이지 못하고 오히려 돈이 든다. 모든 활동이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16년의 교육과정에서? 부모나 사회로부터? 어떻게 평생을 생산만 하고 살 수 있단 말인가?


생존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 어떻게 존재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돈의 양은 천차만별이다.


아들과의 대화가 생생하다.

"회사 관두고 어떻게 살라고?"

"혼자 사는데 그렇게 큰돈 안 들어. 6년 동안 모아둔 것 있으니 몇 년은 버틸 수 있겠지."

30대부터 내 맘대로 사는 아들이 부럽다.

난 지금부터 내 맘대로 살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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