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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an 06. 2024

즐턴 한 지 딱 만 2년

딱 만 2년 되었다. 배드민턴 치기 시작한 지...


정말 좋은 운동이다. 근력운동, 유산소운동, 그리고 재미까지 있다. 헬스, 수영, 등산과는 운동효과면에서, 그리고 재미면에서 비교가 안된다. 헬스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같은 몸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시작하지만, 안 되는 것을 알고 나면 재미가 일도 없으니 금세 의욕이 떨어진다. 등산은 높은 곳에서 근사한 경치를 보긴 하지만, 둘레길을 걸으면 심심하고, 헐떡거리며 오르막길을 오를 때는 항상 갈등한다. 왜 오르는지에 대해서. 수영은 조금씩 늘기는 하지만 재미가 별로고, 난 근본적으로 물이 무섭다.


재미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성장이나 발전이 있다. 할수록 점점 발전함이 있어야 성취에 대한 즐거움이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전자 오락에 레벨이란 것이 있다. 게임을 할수록 점점 어려워지고, 단계를 올라가는 승급이 있다. 게임이 너무 어려우면 포기해 버리고, 게임이 너무 쉬우면 금세 지루해진다. 적당히 어렵고, 계속하다 보면  진전이 있어야 한다. 배드민턴은 치면 칠수록 실력이 느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게임을 할수록 상대방의 특기와 약점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내 몸이 반응한다.  


복식 파트너가 바뀌고, 상대도 계속 바뀌기에 모든 배드민턴 게임이 항상 새롭다. 새로움도 재미의 한 요소다. 내 컨디션도 매일 다르고, 상대의 컨디션도 매일 다르니 매일이 새로운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스릴이 있다. 지더라도 아쉽게 지면 재미있다. 다시 하면 이길 것 같다. 매치 포인트에서 듀스가 만들어지면 더욱 긴장되고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것을 느낀다.


승부에 대한 집착(?)이 모든 호모 사피엔스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다. 이기기 위해 게임을 한다. 음료수 내기라도 하게 되면 온몸의 피가 솟구침을 느낀다. 내기가 아니라도 이기고 싶다. 조금이라도 더 강한 스매싱을 날리고 싶고, 필사적으로 달려가 어려운 공을 받아내고 싶고, 몸 쪽으로 날아오는 빠른 공을 받아내기 위해 온몸이 긴장한다.


파트너가 있는 게임이기에 이기기 위한 전술을 공유한다. 전술은 딱 두 가지. 하나는 상대 팀 선수 중에 조금이라도 약한 선수를 집중 공격하는 것이다. 약한 고리(구멍?)를 계속 공격한다. 무자비하게! 또 하나는 무조건 길고 높게 넘겨 보내야 한다. 엔드라인 가까이서 때리는 상대의 스매싱은 수비하기가 용이하다. 확실히 공격할 것이 아니라면 가능한 멀리 쳐내야 한다. 그렇지만 정타로 멀리 높게 보내는 것이 알면서도 쉽지 않다.


너무 재미있는 배드민턴을 아침마다 즐기려면 우선 내 컨디션이 최상이어야 한다. 운동선수가 중요한 경기 전 날에는 술도 마시지 않고 잠을 잘 자야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 수 있다. 당연한 것 아닌가? 술이란 약물인데 약물의 효과는 제법 오래간다. 선수도 아니면서 배드민턴을 잘 치고 싶은 마음에 술약속은 가능한 토요일에만 잡는다. 월화수목금토 오전에는 배드민턴을 잘 쳐야 하니.


너무 열심히 배드민턴을 치다 보니 무릎이 아프기도 하고, 고관절이 불편하기도 하고, 오늘은 오른쪽 어깨가 아프다. 모두 과사용이다. 과사용에 따른 통증은 소염진통제로 완화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 치료는 오직 쉬는 것이다. 이틀 치고 하루를 쉬든지, 아니면 하루에 한 시간 정도만 하든지 해야 하는데 실행이 안된다. 왜? 너무 재미있어서...


50명 가까운 사람들이 나와 배드민턴을 쳤고 지금도 치고 있다. 이렇게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있을까? 동거하는 가족  다음으로 자주 보는 것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도 이렇게 자주 만날 수는 없다. 오전 시간에 노동하지 않고 운동하는 사람들은 여유 있는 사람들이다. 경제적 여유뿐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남을 배려할 여유도  있다. 배려심 많은 혜화클럽 회원들 덕분에 무려 2년을 즐턴 했다.


2년 전 처음 배드민턴을 치기 시작할 즈음의 내 브런치스토리( https://brunch.co.kr/@jkyoon/394 )를 다시 찾아보았다. 2년이란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갔다. 몇 년이나 더 즐턴 할 수 있을까? 내 건강 수명은 대체 얼마나 남았을까? 정말 궁금하지만 나도 모르고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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