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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May 06. 2024

성차별주의는 전쟁을 불러온다.

Sexism and the war system

질서가 남성적 가치라면, 혼란은 예측할 수 없는 여성의 심리 같은 것으로 취급된다


예술을 비롯한 모든 것이 인간의 상상과 경험에서 비롯된 이미지의 결과물이다.


남성들은 돌봄과 사랑보다 권위와 책임감으로 사회화되고, 여성들은 주장과 자율보다 복종과 의존으로 사회화된다.


남성은 이성적이라고 여겨지며, 여성은 감성적이고 비이성적이라고, 따라서 진지한 책임을 질 사람으로 믿어선 안 된다고 여겨진다.


자신이 육체적으로 열세임을 받아들인 대개의 여성들은 잔소리나 괴롭힘, 무시, 언어폭력과 '침묵요법' 등과 같은 다른 형태의 방법에 기댄다.


기본적으로 남성은 전사가 되도록, 여성은 아내이자 어머니가 되도록 길들여졌기에, 전쟁터, 회의실, 전문가 회의, 시장을 비롯해 남성이 경쟁하는 그 어떤 장소에서든 전쟁행위가 벌어지리라는 사회적 기대가 있다.


우리가 개별적인 주체가 되기 위해 투쟁을 벌이게 되는 어머니, 우리가 자신의 개성을 유지하기 위해 싸우게 되는 배우자, 우리가 한 남성 혹은 한 여성으로서 개별성을 지키기 위해 몰아내야 하는 존재들, 이들이 바로 우리의 친밀한 적이다. 양쪽 성 모두 친밀한 적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왜 우리는 성차별주의를 사회문제로는 인식하면서 우리 자신이 성차별주의에 물들어 있다고 인식하기는 진정 꺼리는 것일까?


위의 문장들에 당신이 조금이라도 동의한다면, 당신은 어느 정도 페미니스트의 소양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의 문장들은 1985년에 베티 리어든의 'Sexism and the War System'이란 책에 나오는 것입니다. 무려 39년 전 페미니즘 연구자이지 평화교육가인 Betty A. Reardon의 대표 저서에. 한국에서는 2020년이 되어서야 번역되었습니다. 이런 페미니즘 관련 책이 가부장적 사회인 한국에서 환영(?) 받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Sexism'을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시나요?


전 처음 본 순간 섹스에 탐닉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섹스주의'라고 하는 줄 알았죠. 옥스퍼드 사전을 찾아보니, 'prejudice, stereotyping, or discrimination, typically against women, on the basis of sex.'라고 합니다. 여자에 대한 편견, 스테레오타입, 차별을 말합니다. 번역하면 성차별주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여성에 대한 차별은 가부장제의 산물입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남성들에 의해서 결정되고 돌아가지요. 우리 마음속에는 아니 뼛속까지 스며들어 있는 것이 가부장제입니다. 이런 가부장적 속성이 남성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너무 오래 지독하게 계속되다 보니 여성들에게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것을 인식하고 변화시켜야 한다고 하는 사람을 우리는 페미니스트라고 합니다.


성차별, 인종차별, 식민지배, 군사주의, 전쟁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폭력 등이 모두 가부장제 사회의 산물이란 시각입니다. 모든 차별과 폭력이 가부장제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어쩌면 노인폄하 발언이나 노인차별도 같은 맥락일지 모릅니다.


어르신이 되고 나니 지하철, KTX, 영화관람료, 공원입장료 및 심지어 체육시설 사용료 등에서 경로우대를 받고 있습니다. 아직은 노인차별을 경험하지는 못했습니다만 결국은 차별을 받게 될 것을 압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겠지요.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는 속담도 있는데, 경로우대로 무료입장이라면 별 관심이 없어도 일단 입장하고 봐야겠단 마음이 듭니다.


수백 년 아니 수천 년 동안 가부장적 사회에서 살아왔습니다. 역사적으로 인간들은 계속된 전쟁 속에 살아남아야만 했습니다. 그런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회가 가부장적 사회가 된 것인지, 아니면 가부장적 사회가 계속 전쟁을 일으키며 성장했는지는 사실 의문입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그렇지만 페미니스트의 시각에서는 가부장적 사회가 전쟁을 양산했다고 봅니다. 가부장적 사회가 아니었다면, 양성이 평등하여 여성의 발언권이 최소한 남성과 동등했다면, 그렇게 쉽게 전쟁을 결정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페미니즘 연구자들은 주장합니다.


지금도 지구상 곳곳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진행 중입니다. 핵무기를 만들어 핵무장을 하려는 국가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들이 남자들이 주도하는 세상에서는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가부장적 사회에서 태어나 길들여진 대부분의 여자들도 남자들의 생각과 행동에 동의한다는 것입니다. 아주 소수의 의식 있는 페미니스트들이 문제의 핵심을 짚어낼 뿐입니다.


전쟁은 남자들의 전유물이고, 특히 낮은 계급의 남자들은 총알받이로 목숨을 잃습니다. 지켜줄 남자들이 다 죽고 나면 여자와 아이들의 운명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런 반복되는 고난과 고통이 인류 역사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에서는 자본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매일 일터를 포함한 곳곳에서 벌어집니다. 그 흔한 일터에서도 성차별, 인종차별, 나이차별을 비롯한 모든 차별이 일어납니다. 우리 모두가 그런 차별에 고통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모든 조직에는 폭력성( https://brunch.co.kr/@jkyoon/122)이 있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폭력성이 상당한 정도 용인됩니다. 남편이 아내를 집에서 폭행하면, 경찰이 출동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회사에서 상관이 부하직원에게 폭언을 일삼고 심지어 폭력을 행사하던 시절도 그리 옛날 얘기가 아닙니다. 지금의 어르신들은 그런 시대를 살아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가부장적 사회는 점점 힘을 잃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아 가정을 이루지 않으니 가부장의 수가 점점 줄어듭니다. 제 아들을 비롯한 많은 젊은 남자들이 가부장이 되기를 거부합니다.( https://brunch.co.kr/@jkyoon/313) 저는 그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회사를 때려치울지 비혼을 선언할지를 자유의지로 결정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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