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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발리 유감

by 재거니

5년 전 기억이 좋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내와 딸 내외와 손주들도 함께 발리에 왔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 1월에 2주간 혼자 발리를 방랑했다.( https://brunch.co.kr/@jkyoon/278 ) 바투르 화산 트레킹도 하고, 우붓에서 여유 있는 시간도 보내고, 아메드 비치에서 아궁 화산을 보며 스노클링도 했었다. 방랑 후에 내린 결론은 발리는 남반구라 1월이 아니고 7월이 여행 최적기다. 고지대에는 파리가 적고, 바닷가는 모기가 적다. 그리고 건기라 비도 자주 내리지 않는다. 그 당시 돌도 되지 않은 손자와 다음에는 아메드비치 스노클링을 함께 하겠다고 생각했다. 아메드 비치 스노클링의 장점은 배 타고 나가지 않아도 비치에서 바로 산호밭과 예쁜 물고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Overtourism


말로만 듣던 오버투어리즘을 경험했다. 5년 전에 400만이라던 발리 인구가 지금은 500만(?)이란다. 그리고 관광객도 늘어난 것이 틀림없다. 제주도의 세 배 크기라는 발리섬에 특히 남쪽 응우라 라이 공항이 있는 덴파사와 우붓 지역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그 열악한 도로에 자동차가 넘쳐난다. 공항에서 바투르 화산이 보이는 킨타마니까지는 겨우 74 km인데, 자동차로 두 시간 반이 소요된다. 우붓에서 추억이 있는 아메드 비치까지는 82 km인데, 차로 거의 세 시간이 걸린다. 비좁은 도로가 자동차로 넘쳐난다. 오래되어 유명한 쿠타비치 지역은 교통정체가 종일 지속되어 그랩(동남아판 우버) 기사들도 혀를 내두르는 지경이다.


우붓지역은 명상과 요가 등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1920년대부터 서양의 예술가들이 우붓에 모여들어 독특한 문화를 형성한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밀려드는 관광객과 신혼부부들을 상대로 특별(?)한 사진을 찍어주는 영업장(?)들이 성업 중이다. 내가 신혼여행을 갔던 1980년대 제주도를 연상시켰다. 공항에서 만난 택시운전사가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앨범 하나를 채울 만큼의 사진을 찍고, 제주도 특산물이라는 것들을 양손에 들고 김포공항에 내리던 시절 말이다.


우붓에서 에어비앤비에 이틀을 묵었다. 호스트인 키 큰 서양남자인 데니스와 이야기를 나눌 틈이 있었다. 데니스는 74살이고, 우붓에서 저택을 구입하여 에어비앤비를 시작한 지는 3년 되었단다. (팬데믹 끝물에 여러 채의 집을 아마도 헐값에 매입하지 않았을까?) 데니스는 미국 시민이고, 시애틀의 대학에서 일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에 온 지는 30년이 넘었다고 하는데 인도네시아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는 묻지 못했다. 그렇지만 우붓이 왜 이렇게 복잡하고 상업화되었는지는 물었다.


5년 전 발리 응우라 라이 공항 근처 덴파사 지역은 그랩이 가능했지만, 우붓 지역은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여 그랩택시가 운행되지 못했다. 기존의 택시운전사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세를 거스르진 못하여 우붓에도 그랩 택시가 도입되자, 인도네시아 다른 섬에서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발리섬으로 건너왔다. 자동차를 구입하고 그날로 그랩 택시영업을 시작한다. 그랩이 잘 잡히니 관광객들이 쉽게 우붓으로 이동한다. 그렇게 자동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관광객이 늘어 자동차가 는 것인지, 자동차가 늘어 관광객이 는 것인지...


우붓에서 아메드비치로 이동하기 쉽지 않지만 내 버킷리스트의 하나인 '아메드비치에서 손자 도민이와 스노클링 하기'를 위해 5년 전 묵었던 숙소를 찾았다. 정오에 도착하였는데 숙소와 바다에 면한 식당이 썰렁하다. 한 여인이 식당 주방에서 나와 우리를 맞았는데, 난 한눈에 'Darmi'임을 알아보았다.( https://brunch.co.kr/@jkyoon/286 ) 그 당시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싱가포르 에어라인의 스튜어디스 복장 같이 몸에 찾붙는)이 아주 어울리던 여인이었다. 웃는 얼굴로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할지를 항상 앞서 갔다. 그 여인이 지금은 편하고 헐렁한 남색 폴로 티셔츠를 입고 있다. 얼굴도 햇빛에 많이 그을려 피부도 좋지 않다. 5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팬데믹 기간을 힘들게 버텨냈을 것이다. 내가 어르신이 되는 동안...


마지막 저녁을 짐바란 비치의 해산물 식당에서 했다. 저녁노을을 보기 좋은 곳이다. 노을과 함께 응우라 라이 공항의 활주로가 보인다. 계속 착륙하는 비행기들 사이로 이륙을 준비하는 비행기들이 여러 대 줄지어 서있다. 응우라 라이 공항은 활주로가 하나뿐인데 인도네시아에서 자카르타 공항 다음으로 붐비는 공항이라고 한다. 하루에 400편 가까운 비행기들이 뜨고 내린단다. 밀려드는 관광객을 받기 위해 공항터미널을 계속 개선 중이다. 5년 전보다는 입국이 확실히 간단해졌다. 그렇지만 아직도 도착비자 비용을 받고 있다. 지금은 도착비자를 온라인(43,500원 정도)으로 출국 전에 할 수 있다.


똑똑하고 아름다웠던 'Amed beach'의 여인 Darmi를 다시 보았고, 도민이와 스노클링을 함께 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결코 다시 발리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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