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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담배

by 재거니

브리즈번에서 시드니로 캠핑카(Motorhome) 여행 중이다.

캠핑장에서도, 쇼핑몰 주차장에서도 담배 피우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있다.


'호주의 흡연자들은 다 어디 갔을까?'


호주는 전 세계에서 담배 값이 제일 비싼 나라 중의 하나다. 6개월마다 담배에 붙는 세금이 계속 오르고 있단다. 2025년 10월 현재 담배를 편의점 등에서 살 수는 있으나, 담배 한 갑의 가격이 무려 50불 전후란다.(좀 전에 와인 네 병을 48불 주고 사왔다.) 현재 호주 달러 환율이 930원 정도니 우리 돈 5만 원이 조금 안된다. 이런 가격을 지불하고 담배를 계속 피운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그래서 정상적인 대부분의 평범한 호주인들은 담배를 끊었다. 하루에 한 대라도 담배를 피우는 호주 성인의 비율이 10% 정도라고는 하나, 호주 원주민 애보리진이나 건설 노동자와 같은 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러니 캠핑장이나 쇼핑몰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호주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제정신이니까...


가끔 'No Smoking'이나 'Smoking Area'란 표지를 만날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은 10년 전이나 20년 전 담배에 대한 정책이 강화되기 이전의 잔재들이다. 쇼핑몰 입구에 '5미터 이내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는 경고를 보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이 경고는 5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는 얼마든지 담배를 피우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어디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아예 볼 수가 없다.


호주 입국 시 세관신고서를 보면 담배의 허용량이 25gm이다. 한 보루가 아니고... 25gm인 이유는 호주에는 담배 한 갑이 25개비인 것이 있다고 한다. 즉 갖고 있는 담배 한 갑이 면세 한도다. 만약 출발 공항 면세점에서 산 한 보루의 담배를 갖고 입국하면서 신고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운 좋게 적발되지 않고 세관을 통과할 수도 있지만(세관 검사가 심하지 않아 보인다), 적발된다면 담배를 몰수당할 뿐 아니라 400달러 이상의 벌금을 물어야 한단다. 그렇다면 한 보루의 담배를 갖고 있음을 정직하게 신고하면 어떻게 될까? 300달러 정도의 관세를 내야 한다고 AI가 계산해 준다.


선택은 자유고, 선택에 따른 책임을 감수하면 되는데, 흡연자인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어요?


(호주 안 가고 만다!!!)


담배에 대한 호주 정부의 정책이 너무 강경하여 담배회사들이 많은 소송을 제기했지만 번번이 패소하면서 호주 정부의 정책은 이웃 나라에도 수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뉴질랜드는 호주와 거의 같은 수준의 담배값과 면세허용한도(50gm 두 갑)를 갖고 있다. 호주 정부의 논리는 간단하다. 담배가 사회보험 성격의 의료보험 수지를 악화시키니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그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히말라야 끝 자락 은둔의 왕국 부탄은 아예 담배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담배를 갖고 입국할 수도 없다. 아예 담배 구경을 못하는 나라다. 담배나 마약이나 같은 수준의 대우를 하는 것이다. 호주나 뉴질랜드도 이렇게 담배값이 계속 올라 100불쯤 한다면 아무도 담배를 피우지 않을 것이다. 아니 피우지 못할 것이다. 담배 연기 없는 나라가 될 것이 틀림없다. 이런 나라를 담배 없이 한 일주일 여행한다면 이 기회에 담배를 끊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최근에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스쿠버 다이빙( https://brunch.co.kr/@jkyoon/869 )을 난생처음 시도하고 나서다. 흡연자는 담배의 타르성분 때문에 가래가 생긴다. 가끔 가래를 뱉어내야 한다. 그런데 물속에서는 호흡기를 물고 입으로만 숨을 쉬어야 한다. 물속에 있는 동안 가래를 뱉을 수 없다. 입으로만 숨을 쉬다 가래가 올라오면 패닉이 올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얼마 남지 않은 여생동안 스쿠버 다이빙을 통하여 물속 경치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면 담배를 끊어야 한다.

금연 표지보다 훨씬 자주 보는 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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