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Tango day'다.
낮과 밤에 각기 다른 탱고쇼를 보러 간다.
탱고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유래한 열정적인 음악과 춤 장르입니다. 19세기말 유럽 이민자들과 현지 문화가 어우러져 탄생했으며,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문화 아이콘입니다. 탱고는 1880년대 아르헨티나 항구 지역에서 아프리카 리듬(칸돔베), 쿠바 아바네라, 유럽 왈츠 등이 결합해 발전했습니다. 처음엔 하층민의 애환을 담은 춤으로 시작해 20세기 초 파리로 퍼지며 세계적 유행을 일으켰습니다. 아스토르 피아졸라 같은 작곡가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예술성을 높였습니다. 주요 악기는 반도네온(탱고의 영혼), 바이올린, 피아노, 더블베이스입니다. 2/4박자 리듬이 강렬하며, 밀롱가(기악 리듬곡), 로만사(서정적 노래곡), 칸시온(감상적 성악곡)으로 나뉩니다. 콘티넨탈 탱고는 유럽식 변형입니다. 리더와 팔로워가 가슴을 맞대고 안은 채 걷듯 움직이는 즉흥 춤으로, 상하체 분리와 시간차 동작이 핵심입니다. 대표 동작으로는 라피스(걸음), 사까다(찌르기), 볼레오(휘두르기)가 있으며, 음악 해석(뮤지컬리티)이 안무의 본질입니다. [Geminai]
딱 10년 전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탱고 디너쇼를 보았다.( https://brunch.co.kr/@jkyoon/17 ) 탱고 동작은 동물의 짝짓기 춤을 연상시킨다. 특히 남녀가 상대의 가랑이 사이로 다리를 빠르게 넣다 뺏다 하는 동작이 그렇다. 탱고 디너쇼는 오후 8시에 입장하여 레드와인을 곁들인 스테이크를 두 시간에 걸쳐 즐기고, 10시 전후하여 한 시간 반 정도의 탱고쇼를 구경하는 것이다. 혼자 방랑하면서 모르는 사람들과 식사를 그렇게 길게 함께 하는 것이 불편하여 쇼만 볼 생각이다. 대부분의 탱고극장은 식사를 권하지만 쇼만 볼 수 있는 표도 판다.
탱고의 본고장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무수히 많은 탱고 쇼가 매일 공연된다. 유서가 깊은 극장에서 고전적인 탱고쇼를 하는 것도 있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탱고쇼를 공연하는 곳도 많다. 너무 많아 선택이 힘들 때는 AI에게 물으면 정리해 준다. AI가 추천하는 유명한 탱고쇼($65)는 저녁에, 오벨리스크 주변의 내가 선택한 탱고쇼($30)는 점심에 온라인으로 예약을 했다. 포도주를 곁들인 스테이크를 포함한 쇼는 $180 전후다.
점심시간의 쇼는 식사가 끝난 오후 2시부터 시작한다. 'Tango Porteno'에 지하철을 타고 오후 1시 반에 도착했다. 사람이 많지 않다. 점심시간이고, 워낙 탱고 공연을 하는 곳이 많아서 그럴 것이다. 무대 아래의 혼자 온 백인 노인네가 앉아 있는 옆자리를 안내받았다. 공연 시작을 기다리면서 물었다. "너 어디서 왔니?" 영국. "스페인어 잘하냐?" 조금. 스페인어 어려워! 영국의 겨울이 너무 춥고 어둡고 을씨년스러워 매년 6개월을 스페인 남부 지중해 연안에서 보냈는데, Brexit 이후 스페인 체류가 3달까지만 가능해. 그래서 작년에는 스페인 3달, 모로코 3달 지냈지. 올해는 스페인 3달 지내고 뉴질랜드로 갔어. 뉴질랜드에 사는 여동생이 암투병 중이라, 오클랜드에서 칠레의 산티아고로 왔어. 산티아고 일주일, 부에노스아이레스 일주일 있다가 다시 뉴질랜드로 갈 거야. 왜 혼자 다니느냐고는 묻지 않았다. 나더러 너는 왜 혼자 다니냐고 물으면 대답이 궁색해질 것 같아...
20명 정도의 무용수들이 한 시간 15분 동안 쉬지 않고 공연을 펼친다. 중간에 한 쌍의 무용수가 전통적인 탱고를 췄는데 나이들이 제법 있어 보인다. 머리를 올리고 화장을 진하게 했지만 여자무용수의 허리와 배가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허리둘레가 가슴둘레보다 클 것 같은 배 나온 여자무용수가 춤을 추는 것이 안쓰럽다. 리듬체조 말고 전통 체조선수 같은 짜리 몽땅한 몸매를 가진 무용수는 서커스 동작이 가미된 춤인지 동작인지를 탱고음악에 맞춰 춘다. 대부분의 탱고 무용수들도 나이가 좀 있어 보인다. 하이힐을 신고 열심히 탱고를 추는 것이 걱정스럽다. 무릎이 상할 텐데....
탱고는 상대의 가랑이 사이로 다리를 빠르게 넣다 뺐다 하는 동작이 전부라는 생각이 든다. 상당히 육감적인 동작이다. 엉덩이를 좌우로 빠르게 돌렸다 원위치시키는 동작도 마찬가지다. 스포츠 댄스만큼 빠르고 역동적이다. 가슴을 맞대고 얼굴을 마주 보니 서로 입술이 닿을 정도다. 보기 좋다고 해야 할까?
저녁에는 AI가 추천한 'El Querandi'란 곳을 갔다. 1920년부터 운영했다니 100년이 훌쩍 넘었다. 극장식 무대가 아닌 레스토랑 가운데 무대가 있다. 전통적인 탱고 레스토랑이다. 백인들로 가득 차 있는 테이블 사이를 가로질러 가장자리를 배정받았다. 뻘쭘하다. 이방인이네!
네 명의 악단이 무대 위에 자리 잡는다. 피아노, 바이올린, 더블베이스 그리고 아코디언처럼 생긴 반도네온이다. 반도네온을 무릎 위에 올린 여인의 두 다리가 육감적이다. 시대별로 변천해 온 탱고의 역사를 설명하는 것 같은데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분위기만 파악할 뿐이다.
탱고 음악은 흐르고, 가수가 노래를 하기도 하고, 서너 쌍의 커플이 나와 함께 탱고를 추거나 한 쌍의 커플이 짝짓기 춤을 추거나 한다. 여기도 나이 든 커플 무용수가 탱고를 춘다. 머리가 반쯤 벗어진 남자 무용수는 삐쩍 말랐지만 배 나온 아주 푸근한 아줌마 무용수는 키도 제법 크다. 동작들이 매끄럽지 못하다. 보고 있기 불안 불안하다. 뮤지컬 같은 냄새를 피우며 가수와 댄서가 함께 하기도 한다. 노래가사를 이해하지 못하고, 리듬이나 멜로디에 예민한 귀를 갖지도 못했으니 오로지 탱고 춤 동작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무용수에 따른 수준의 차이를 모르겠다.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춤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닌데 탱고를 왜 보러 왔을까?
방랑 중에 이곳 부에노스아이레스가 탱고의 본고장이라길래 와본 것이다.
남은 생에 탱고를 다시 볼 일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