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Lee May 12. 2023

캐나다에서 제일 맛있는 빵집

이 되고 싶었다


나는 빵순이다.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습관을 어릴 때부터 갖고 있는데, 그중 아침식사는 꼭 빵으로 한지가 최소 20년이 넘었다.


빵집에서 먹고 싶은 빵을 골라 쟁반에 넉넉히 담은 뒤, 그 쟁반을 계산대에 올리며 "계산해 주세요" 할 때는 다음 며칠간 그 빵을 먹을 생각에 절로 도파민이 팡팡 솟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사다 놓은 빵을 아침마다 입맛대로 골라먹는 재미가 그렇게 좋아서, 아무리 피곤한 날도 빵 먹을 생각에 눈이 번쩍 떠지기도 했다.


그렇게 평생을, "어떤 빵이든 그저 빵이면 다 좋다!"고 믿으며 나의 일편단심 빵사랑을 늘 가슴 깊이 품고 살았는데, 최근 나의 그 믿음이 마구 흔들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에도 한번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남편이 갑자기 베이킹에 흥미를 붙였다고.


처음 시작은 소시지빵이었고, 그 뒤로도 참 많은 걸 시도했다. 치즈빵, 커피빵, 초코칩쿠키, 쇼트브레드, 바나나케이크, 피자, 치즈케이크 등.


지난 3개월간 그가 구워 낸 작품들


퇴근하고 오면 피곤할 법도 한데 쉬지도 않고 다음에 구울 빵 레시피를 찾아보거나 반죽을 열심히 치대는 그의 얼굴에 늘 빛이 났다.


그 모든 과정 자체를 정말 즐기고 있는 것 같아 열심히 해보라며 응원했고, 오븐이 띠리링 울리면 제일 먼저 달려가 시식을 하고 칭찬과 고마움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났다.


그간 피자와 치즈케이크는 벌써 3번씩 먹었고, 소시지빵은 한 30개쯤 먹은 것 같다ㅋㅋㅋ 그리고 그 많은 빵을 구워내는 동안 나온 여러 실패작들도 버릴 수는 없으니 결국 나와 그의 입으로 들어갔다.


걸레인지 뭔지 알 수 없는 괴상한 반죽부터 치즈빵의 탈을 쓴 따로따로빵
흘러내린 치즈를 감싼 빵에 아무맛도 안났다...그리고 오른쪽은...읭?


그리고 지난주 남편이 또!! 소시지빵을 9개나 구워 냈을 때, 나는 결국 참고 참았던 얘기를 꺼내고야 말았다.


"Honey? 있잖아, 정말 미안한데... 나 이제 소시지빵 질렸어 (I'm sick of it. hahahaha)."


(이제 제발 그만해)





반성합니다.

빵이면 "무조건" 좋다고 말하고 다녔던 그 수많은 시간들을 반성합니다. (몰랐는데) 거짓말이었어요.


취소합니다.

"어떤 빵"이라도 매일 먹을 수만 있다면 너무나 행복할 거라고 했던 말을 취소합니다. 신중하지 못했어요.


남편이 이제 베이킹은 그만했으면 좋겠는데,

다행히 그도 이제 조금 흥미를 잃은 것 같네요.


이제야 알았네요.

저는 빵이면 다 좋은 게 아니라, "맛있는 빵"을 좋아하는 거라는 걸요.


앞으로 빵은 사 먹으려고요.




표지 사진 출처: unsplash.com




매거진의 이전글 캐나다 코스트코에 "불고기" 들어온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