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캐나다 이삿짐센터)
이사했습니다.
4년 남짓 지낸 타운하우스를 떠나 다시 아파트 형태의 주거 공간인 콘도로 복귀했습니다.
보통 콘도, 타운하우스를 거치면 으레 다음 코스로는 단독주택인 하우스를 찾게 된다고 하는데, 저희는 오히려 콘도의 장점이 그리워 이렇게 돌아왔어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입주일과 제가 한국 가는 날이 겹치게 되었고, 이미 끊어놓은 비행기표를 취소할 수는
없으니 모든 걸 남편한테 맡기고 떠나야 했지요.
그렇게 제가 한국에 있는 사이 남편이 혼자 이사했습니다. (미안하지만 아쉽지는 않은 이 마음, 뭐죠?)
그동안 캐나다에 살면서 집을 여러 번 옮겨봤지만, 이삿짐센터를 이용해 본 건 처음이었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냐면,
1. 캐나다는 냉장고, 오븐, 세탁기 등이 빌트인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이사 갈 때 가져갈 필요가 없고,
2. 이사 비용이 너무 비싸서, 웬만한 가구는 차라리 팔고 새로 사는 게 나은 경우도 있으며,
3. 짐이 아주 많은 게 아니라면 지인찬스를 쓰거나, 알바 1-2명 고용해서 이사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침대와 소파 등 혼자서는 옮길 수 없는 가구가 몇 개 있고, 타운하우스 특성상 집안에 계단이 많아 짐을 나르는 게 수월하지 않을 것 같아 전문가를 고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사한 날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사 잘했어?"
"응, 그런데 조금 문제가 있었어..."
"무슨 문제?"
"별 건 아니고, 누군가 우리 화장실을 썼나 봐."
"앗ㅋㅋ 급하셨나 보다. 그런데 그게 왜?"
변기가 막혔어...
남편은 이삿짐 옮기는데 본인이 옆에 있는 게 오히려 방해가 될 것 같아 밖에 나와 있었다는데, 이사를 모두 마치고 예전 집에 가보니 화장실 변기가 막혀 있었던 것이었다.
화장실이야 급하면 쓸 수도 있지만,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추후에라도 주인한테 얘기를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
뚫어보려는 시도를 좀 하다 뜻대로 안 되니 그냥 조용히 변기 뚜껑을 닫고 나왔다는 게 너무 어이가 없었다.
거기에 계단을 내려오며 소파로 찍었는지 벽에 찍힌 자국이 남아 있었고, 가구를 보호한다고 싼 담요 등에서 색색의 먼지가 떨어져 나와 남편이 그것 닦아낸다고 고생을 좀 한 모양이었다.
하아... 비싼 돈 주고 이게 뭐야.
이사 비용:
업체 두 군데에 연락 후 한 군데는 화상으로, 다른 한 군데는 직접 방문 조사 후 견적을 받음.
2인 가구인 데다가 짐이 아주 적은 편이었는데도 총 1,200불 정도의 견적이 나옴.
이삿짐업체는 사과의 의미로 집안의 다른 곳까지 페인트칠을 해주겠다 제시했고, 덕분에 조금 더 깨끗한 옷을 입은 상태로 새 주인에게 넘겨줄 수 있었으니, 결국 더 잘 된 일이라 해야 할지.
거참, 별일이 다 있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만난 우리 새집.
만나서 반가워!
앞으로 이곳에서는 또 어떤 재미난 일들이 펼쳐질까 정말 기대된다.
사진 출처: 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