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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Mar 11. 2022

결혼식 날, 나를 울린 아빠의 한 마디

막내딸 시집보내는 날


*지난 포스팅과 이어지는 글입니다.



우리의 전통혼례 이야기


장소: 롯데월드 민속박물관


헤어와 메이크업은 담당 디자이너 분이 식장으로 직접 오셔서 해주셨어요. 신랑 신부인 저희뿐 아니라 저희 엄마와 언니도 다 해주셨답니다 (물론 추가 비용 있었지만요). 일반 미용실처럼 다른 고객들과 섞여 북적거리는 분위기가 아니라 우리끼리 조용히 준비할 수 있어 좋았고, 담당하시는 분이 전통혼례 헤어 메이크업 전문가이신 만큼 꼼꼼하게 정말 잘해주셨어요.


신부와 신부 어머니 헤어 :)


신부대기실에 앉아있는 모습


신부는 혼자 먼저 들어가고
신랑은 이렇게 가마를 타고 들어옵니다.


신랑 신부 맞절


수훈례: 일반 결혼식의 주례사와 비슷


축가는 사랑가, 축하공연은 사물놀이 - 정말 최고의 축하공연이었다


영화 세트장 같았던 혼례장



원래 눈물이 많은 나는 언젠가 내가 결혼을 한다면 내 결혼식에서는 무조건 울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전통혼례 특성상 결혼식 분위기 자체가 워낙 흥겨웠고, 특히 도와주시는 이모님 지시에 따라 눈치껏 움직이는 신랑을 내내 흘끗거리느라 슬픈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모든 식 순서가 끝난 후 포토타임 시간이 되어 아빠는 내 오른쪽, 엄마는 A의 왼쪽에 섰다.


사진사가 말했다.

"다들 웃으세요!"

"특히 아버님! 활짝 웃으세요, 기쁜 날이잖아요!"


아빠가 대답했다.

"저한테는 기쁜 날 아닙니다. 슬픈 날입니다."


고이 키운 막내딸을 시집보내고, 또 그 딸내미가 결혼과 동시에 다시 캐나다로 떠난다고 생각하니 아빠한텐 슬픈 날이었나 보다. 


나는 울컥하는 마음을 겨우 다잡고 무사히 식을 마쳤다. 그리고는 모든 일정이 끝난 후 호텔로 돌아와서, 신랑을 붙잡고 펑펑 울었다.


엄마 아빠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원래 부모님 앞에서는 여간해선 눈물을 보이지 않았는데, 그날은 좀 그래도 될 것 같았다. 전화해서 먼저 엄마랑 짧게 통화한 후, 아빠를 바꿔 달라고 했다.


"아빠, 아빠한테는 오늘 기쁜 날 아니었어? 슬픈 날이었어? (엉엉)"


내가 울며 말하자 아빠가 당황하신 듯했다.


"아니야 아니야, 아빠한테도 기쁜 날이지. 그거 아빠가 그냥 한 말인데, 그 말이 가슴에 남았구나. 우리 딸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는 데 당연히 기쁜 날이고 말고."


"엄마(훌쩍), 아빠(훌쩍),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엉엉)"


나는 어린아이 같이 펑펑 울었다.


그렇게 우리의 신혼 첫날밤은 로맨틱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눈물 콧물로 범벅된 날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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