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가 전통혼례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J야, 전통혼례는 어떠니?
한국에 계신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아빠가 생각해봤는데, 여러모로 괜찮을 것 같아. 우선 일반 결혼식은 신랑 측, 신부 측 하객이 나뉘어 앉잖아. 그런데 전통혼례는 그런 게 없대. 그냥 관객석에 앉듯 같이 섞여 앉는다고 하더라고. 그럼 따로 하객이 없는 A한테도 좋을 것 같고, 무엇보다 외국인 사위를 우리 문화로 받아들인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아."
생각해보지 않았던 일이었다. 결혼식에 대한 대단한 로망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입장하는 결혼식 외의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신선했다. 전통혼례라니!
A의 의견이 궁금했다. 전통혼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약간 주춤하며 설명을 시작하자 A가 말했다.
"아, 그거 <신기생뎐>에 나오는 그런 옷 입고 하는 거야? ㅋㅋ”
(그때 우리 둘 다 <신기생뎐>이라는 드라마를 뒤늦게 다운받아 보고 있었다.)
"나는 뭐든 좋아! 전통혼례, 그거 괜찮을 것 같아!"
그래서 하게 됐다. 전통혼례.
알아보니 서울에도 전통혼례를 하는 곳이 몇 군데 있었다. 원래 같으면 신랑 신부가 될 우리가 직접 돌아다니며 알아봐야 하는데, 우리가 한국에 없으니 엄마한테 부탁을 드렸다. 엄마가 대신 여기저기 둘러보며 알아보신 후 “롯데월드 민속박물관”이 제일 좋을 것 같다며 내 의견을 물어보셨다. 사진으로 보니 근사하고 멋진 결혼식이 될 것 같아서 나도 마음에 든다고 답을 드렸다.
단, 전통혼례 순서를 잘 모르는 나도 그렇고, 한국말을 못 하는 A가 잘 따라올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됐다.
담당하시는 분께 문의하니, 식 시작 전에 짧은 비디오를 하나 보면서 식 진행 순서에 대해서 간단하게라도 익히는 시간을 준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설명을 덧붙이셨다.
“전통혼례 하시는 분 중에 외국인과 결혼하는 분 많아요. 한국말 못 하는 거 하나도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신랑, 신부 옆에서 도와주시는 이모님들이 워낙 베테랑이시라, 다 알아서 잘해 주실 거니까 걱정 말고 그냥 따라오시면 됩니다.”
지금은 민속박물관 규정이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참관도 가능했습니다. 저희는 캐나다에 있어서 따로 시간을 낼 수 없었지만, 전통혼례를 고려하는 커플을 위해 다른 분 결혼식을 참관하게 해 주시더라고요. 저희 결혼식 때도 앞에 모르는 남녀 한 쌍이 앉아 계시길래, 참관하시는 분이구나 했습니다. ㅎㅎ
일반 결혼식이 아닌 전통혼례를 한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한테도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었고, 와 주신 하객분들도 다들 너무 신선했다며 좋아하셨다. 이런 결혼식 자체를 처음 경험하는 내 또래 친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르신들도 정말 오랜만에 이런 결혼식을 보게 됐다며 하나같이 좋아해 주셨다.
결혼식 자체가 이벤트 같으니 누구 하나 축의금만 내고 밥 먹으러 가는 사람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 관람하듯 집중해 주셔서 그것 역시 너무 감사했다.
혹시 전통혼례를 생각하고 있는 커플이 있다면 강추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당신 인생의 특별한 날이 한층 더 특별해질 거예요.
*다음 포스팅에는 저희 결혼식 사진을 공유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