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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Jan 30. 2024

눈 오면 출근 안 하는 나라

직원 여러분, 출근하지 마세요.


캐나다 서부 남단의 작고 예쁜 섬도시, '빅토리아'에 살고 있어요. 


캐나다 타 지역과는 다르게 날씨가 꽤 온화한 편이라 한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그래도 한 번씩은 눈도 오는 그런 곳이랍니다.




2주 전쯤 이곳에도 첫눈이 내렸어요.

그리고 그날 남편은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폭설이라도 내렸냐고요?

아니요, 아래 사진 좀 보세요. 겨우 이 정도 왔어요.


장난해? 이 정도 눈에 출근을 안 했다고?


그럼 그냥 저희 남편만 출근 안 한 거 아니냐고요?

아니요, 회사에서 "웬만하면 출근하지 말라"고 이메일 오고, 이날 학교도 몇 군데 문을 닫았어요.


재택근무 중인 저도, 꼭 필요한 경우 아니면 오피스로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일하라는 당부연락을 받았고요.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인가 싶으실 텐데요, 여기에 10년 넘게 살고 있는 저도 매번 헛웃음이 나는데, 한국분들 혹은 캐나다 타 지역에 계신 분들이 들으시면 얼마나 어이가 없으실까요.ㅎㅎ


그런데 그 이유를 얼마 전에 찾았어요.


지난 1월 11일, 밴쿠버 고속도로 상황


이웃도시 밴쿠버도 매년 눈이 올 때마다 많은 문제가 있는 곳이라, 얼마 전 그에 관련한 뉴스가 나왔는데요.



'캐나다 주요 도시별 제설작업 예산'을 보니 1위 몬트리올에는 연간 약 1천8백억 원의 예산이 배정된 데 비해, 밴쿠버 예산은 그의 2% 수준인 40억 원이네요. 빅토리아는 차트에 아예 나와 있지도 않고요.


눈이 많이 오는 도시부터 예산을 우선 배정하고, 밴쿠버, 빅토리아 같은 도시는 남는 돈으로 어찌어찌 돌려 막는 상황이다 보니, 이곳엔 눈이 조금만 와도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황이에요.


그렇다 보니 모두의 안전을 위해 학교, 회사 등은 아예 문을 닫는 경우가 생기는 거고요.


예산을 조금 늘려 이곳도 제설작업이 재빠르게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타 도시에서도 제설작업 예산 삭감안이 나오는 마당에 사실상 어려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눈 오는 날 빅토리아에서는 운전대를 아예 잡지 않는 게 최선입니다. 가능하면 집콕하시고, 꼭 나가야 한다면 각별히 주의하세요!




사진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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