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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Apr 14. 2022

캐나다에서 회계사 (CPA) 되기 1/2

PREP 과정


오늘은 캐나다에서 CPA가 되는 과정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선 캐나다에서 CPA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한데, 하나는 CPA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30개월간의 관련 업무 경력을 쌓는 것입니다.


관련 업무 경력에 대한 것도 그냥 무조건 “어느 회사에서 언제부터 언제까지 일했음” 하는 정도로 충족되는 것이 아니고, 일을 하는 동안 6개월에 한 번씩 리포트를 제출해야 하는 등 생각보다 까다로운 과정이 있지만, 일단 오늘 이 글에서는 시험에만 초점을 둬보겠습니다


CPA가 되려면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는 건 다들 아시는 얘기일 겁니다. 그런데 이 시험이란 게 한국처럼 그냥 혼자 계획 세우고 공부해서 볼 수 있는 게 아니고요, CPA Canada에서 주최하는 CPA Professional Education Program, 줄여서 PEP (펩)이라고 부르는 프로그램에 입학해서 주어진 과정을 모두 수료해야 최종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PEP에 대한 얘기는 다음 글에서 따로 얘기해야 할 것 같고요, 이번 글에서는 이 프로그램에 입학하기 위한 준비 과정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캐나다 PEP의 두 가지 입학 조건


1. 학사학위 소지 (전공 무관)


"21세 최연소 공인회계사 합격자 OOO"

한국에서 이런 뉴스 종종 보신 적 있으시죠?


2021년도 공인회계사 2차 시험 결과를 찾아보니까 수석과 최연소 합격자 모두 재학생이네요. 2021년 최종 합격자 중 약 20%가 25살 이하라고 합니다.


대학도 졸업하기 전에 이런 시험에 딱! 붙어 놓으면 얼마나 든든하고 좋겠어요. 어린 나이에 시험에 합격했다는 뿌듯함과 자부심도 굉장할 거고요. 수험생 입장에서는 졸업을 유예하고라도 가능하면 재학 중에 시험 합격을 원할 겁니다. 그게 마음이 더 편할 테니까요.


그런데 이건 캐나다에서는 불가능한 얘깁니다.


캐나다는 위에서 말한 대로, PEP 입학 조건으로 우선 학사 학위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최종 시험을 보려면 PEP을 반드시 거쳐야 하고요.



2. 선수강 필수과목 학점 이수

PEP에 입학하기 위한 필수과목은 재무회계, 세법, 재무관리, 회계감사, 경제, 통계, 상법 등으로 총 14과목입니다. (2022년 기준)

자세한 내용은 링크 참조: https://www.cpacanada.ca/en/become-a-cpa/cpa-prep-becoming-a-cpa/about-the-cpa-prep


이는 대학 때 이수하는 경우도 있고, 대학 졸업 후에 다른 방법을 통해 이수해도 됩니다. CPA가 승인한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수업을 들어도 되고 CPA Canada를 통해 온라인 수업을 들어도 됩니다.



자, 그럼 위의 조건을 대입해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이름, 상황 등은 모두 가상이고, 나이는 만으로 계산했습니다)



이름: 김산수

산수양은 고등학교 때부터 회계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가까운 친척 중에 공인회계사인 분이 있었고, 중고등학교 내내 수학 과목을 제일 좋아했다. 대학교는 회계학과로 입학했고, 대학을 다니는 동안 CPA 프로그램에 필요한 14과목을 모두 이수했다.

하루라도 빨리 CPA 시험에 합격하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대학 때 따로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등의 이유로 휴학을 하지 않았고, 22살, 대학을 졸업함과 동시에 CPA 프로그램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름: 이교육

교육군은 영어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었다. 대학은 영어교육과를 갔고, 임용고시를 봐서 영어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영어실력을 쌓고자 1년 휴학 후 어학연수도 다녀왔는데, 막상 공부를 하면 할수록 선생님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다른 진로를 탐색하다가 회계사라는 직업이 적성에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졸업은 해야 했기에 전공 공부를 하면서도 되는대로 회계 관련 과목을 찾아들었다. 24살에 대학은 졸업했지만, 아직도 필수과목 중 9과목을 더 채워 들어야 했다. 알바를 하면서 수업을 들었고, 2년이 지난 26살에 CPA 프로그램 지원 자격을 부여받았다.



이름: 박모델

모델양은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었다. 대학은 의상 디자인학과를 갔고 미국과 프랑스로 어학연수 및 유학도 다녀왔다. 졸업을 하고는 전공을 살려 취업해 디자이너로 일을 했다. 어렵게 수습 기간을 거치고 조금씩 커리어를 쌓아가는 듯하더니, 어느 순간 일에 대한 회의감과 함께 권태기가 왔다.

그때 우연히 브런치에서 JLee 님의 글을 보고 회계사를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모델양의 나이는 29살이었다. 선수강 필수과목인 14과목 중 하나도 들어놓은 게 없었고 나이도 벌써 30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더 늦기 전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당장 일을 그만둘 수는 없기에 파트타임으로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14과목을 모두 수강하고 나니 32살이 되었고, 조금 늦은 나이에 CPA 프로그램 입학 조건을 모두 채우게 되었다.




이제 제 얘기를 해볼까요?


저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했고, 경영학을 전공했습니다. 대학 때 재무회계, 원가회계, 미시/거시 경제 등 관련 수업을 몇 개 듣긴 했지만, 회계사가 되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어요. 대학 졸업 후 전공과 무관한 곳에서 2년간 일했고, 그 후로 어찌어찌 캐나다로 오게 됩니다.


캐나다에서 처음 몇 년은 영어공부를 하며 이곳저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공부를 조금 더 해볼까 하는 마음에 대학원에 갔다가 그곳에서 만난 재무 교수님의 추천으로 회계사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필수과목 14과목   많은 과목을 이미 (한국) 대학교와 (캐나다) 대학원에서 이수를 했는데, 학점 이전을 신청했다가 여러 과목에서 거절을 받았습니다.


과목 이름만 똑같다고 무조건 학점 이전을 해주는 게 아니었고요, 한국에서 제가 수업받은 내용이 그들이 원하는 부분을 커버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학점 인정이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결국 6과목을 추가로 들어야 했습니다.


현지 대학교에서 저녁 타임 수업을 제공하는 곳이 있어, 일주일에 두 번씩 일이 끝나면 수업을 들으러 갔고, 몇 과목은 온라인 강의를 통해 채웠습니다. 일 끝나면 저녁으로 먹을 샌드위치 하나 사 들고 버스시간 맞추려 종종 뜀박질했던 기억이 나네요.


공부와 일을 병행하다 보니 6과목을 끝내는데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참 바빴지만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서인지,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즐겁다는 마음으로 보낸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2016년 여름, 학사 학위와 필수과목 수강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고 CPA 프로그램 입학 레터를 받았습니다.


출처: unsplash.com


이제 또 장장 2년의 수험생 기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시험에 한 번에 합격한다는 전제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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