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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Jun 24. 2022

시험을 세달 앞두고 엄마가 암에 걸렸다 (상)

첫 번째 이야기


<어쩌다 회계사> 매거진에 한동안 글을 올리지 않았는데요. 엄마의 암투병 얘기는 지금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고, 다소 무거운 얘기가 될 것 같아 좀 망설였는데, 이 또한 제가 회계사가 되는 과정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일이기에 그 이야기를 이제야 꺼내 봅니다

 

2018년 봄, 날이 막 따스해지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언제부터였는지 엄마는 계속 배가 아프다고 하셨다. 원래 위가 안 좋아 가끔 복통이 있으셨던지라 비슷한 이유 때문이려니 크게 염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복통의 강도와 빈도 모두가 예전과는 달랐다.


혹시 몰라 근처 병원에서 위 내시경을 했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워낙 걷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라, 아빠랑 산책이라도 가서 여기저기 걸으면 배 아픈 게 나아진다고 하길래 신경성인가도 했다. 그 이상 더 심각한 문제가 있으리라고는 우리 가족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복통이 너무 심해지고 또 잦아져 병원을 또 찾았고, 다른 검사 몇 가지를 더 했다. 병원을 동네 작은 병원에서 조금 큰 종합병원으로 옮겼고, 결국 대형병원 의사까지 만났다. 대장내시경, 피검사, PET-CT 검사, 조직검사, 골수검사, 척수검사 등 각종 검사를 했고, 엄마는 소화기내과에서 혈액종양내과로 옮겨졌다.


종양이 '의심'된다는 소견이었다.




마침 6월 1일 엄마의 환갑을 기념해 6월 중순 가족여행까지 계획해 놓은 때였다.


티비에서 보면 의사가 "암입니다" 하고 선고를 내리는 순간 그 말을 듣는 환자나 가족은 펑펑 울거나, 말을 잃거나 하던데, 나는 의사의 '의심' 소견이 나왔을 때부터 이미 마음이 무너져내려 있었다. 그 며칠 이것저것 더 검사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그 시간이 그렇게 애가 타고 길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희망'이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아직은 '의심'일뿐이라고, 아닐 수도 있다고.


우리 가족 모두 같은 생각으로, 고작 2주가 채 남지 않은 가족여행을 취소하지 않았다.



여러 힘든 검사를 진행하면서 엄마는 내내 씩씩했는데 (아니, 그런 것처럼 보였는데), 어느 날은 나랑 통화하다가 조금 밝아진 목소리로 얘기했다.


"J야, 엄마 암 아닐 수도 있대. 엄마 희망이 생겼어."


그 말을 하면서 둘이 전화기를 붙잡고 울었다.


그러나 결과는 야속했다. 엄마의 60번째 생일이 나흘 지난 6월 5일, 엄마는 결국 암 확진 판정을 받았다.


내 CPA 최종 시험을 겨우 세 달여 앞에 둔 때였다.




병명은 '림프종'

정확한 병명은 ‘미만성 큰 B세포 림프종 - 비호지킨’


이름도 낯선 이 병은 혈액암의 일종으로, 림프 관련 조직이면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병이라고 했다.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더 상태가 안 좋아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항암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해서, 그다음 순서는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 엄마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항암치료를 시작했고, 첫 항암 이후부터, 의사가 경고한 대로 메스꺼움, 구내염, 식욕부진, 변비를 포함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환자인 엄마 입장에서는 다른 부작용들이 훨씬 견디기 힘들었을 수도 있는데, 내 입장에서 역시나 제일 마음이 아픈 건 엄마의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을 때였다.


사실, 머리카락 빠지는 거 그거 별 문제도 아니다. 항암 끝나고 나면 머리는 다시 난다. 머리 빠진다고 통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밖에 나갈 때는 두건, 모자 등으로 가리면 된다. 요즘엔 가발도 참 잘 나오더라.


그런데 그게 왜 그렇게 슬픈 일이었을까. 어디가 아프다, 잘 먹지를 못한다, 이런 얘기를 전해 들을 때보다 왜 몇 배로 더 눈물이 났을까.



아마도 '암 환자'라는 이미 아는 사실을, 그렇지만 누구보다 강하게 부정하고 싶은 그 사실을, 그 휑한 머리가 자꾸 “나 암환자요”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2차 항암이 끝난 어느 날 엄마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싹 밀고 왔다. 미용실 원장님은 엄마한테 돈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머리를 밀었다는 말만 전할뿐 그 민머리를 나한테는 보여주지 않았다. 마음 약한 나는 그 모습을 보면 울 게 뻔하다며, 엄마는 그 휑한 머리를 두건으로 가린 사진 몇 장만 보내왔다.


사진 속 엄마는 활짝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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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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