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이 늘 고팠던 아이
두 살 터울 언니랑은 정말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면서 컸다.
싸운 이유의 대부분은 아마 말도 안 되게 사소하거나 유치한 것들이었을 텐데, 그중 유독 기억이 나는 이유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언니가 내 이름을 부르는 방식 때문이었다.
언니는 나를 한 번도 "땡땡아~"라고 이름만 부르지 않고, 꼭 성까지 붙여서 "이땡땡!" 이라고 불렀다.
90년대에 초등학교를 나온 사람이라면 공감할지 모르겠는데, 당시 초등학생 사이에는 친구들 이름을 부르는 데 있어 암묵적인 룰 같은 게 있었다.
그건 바로 동성 친구 이름을 부를 땐 성을 빼고 부르고, 이성 친구 이름을 부를 땐 성을 붙여 부르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여자 친구한테는 "영희야~"라고 부르면서, 남자애를 부를 때는 "야, 이철수!" 이런 식으로 부르는 것이었다. 친구 이름을 부를 때 성을 붙이고 안 붙이는 것으로, 친근함과 거리감을 표현하는 우리들만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친언니가 동생의 이름을 부르면서 이땡땡 이라니. 나는 그 소리가 정말 너무나 듣기 싫었다. 언니한테 부탁도 해보고, 화도 내보고, 울어도 봤지만, 돌아오는 언니의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아, 싫어, 난 내 (여자) 친구들 부를 때도 다 이렇게 부른단 말이야.”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언니는 "야, 오땡땡, 이땡땡, 김땡땡", 이런 식으로 꼭 이름에 성을 붙여 부르는 습관이 있었다.
엄마 아빠한테 부탁(이라고 쓰고 고자질이라고 읽음)도 여러 번 해봤지만, 엄마 아빠도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거 뭐 어렵다고 동생이 저렇게 원하는 데 성 좀 빼고 이름 불러주지- 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론 언니가 저렇게 싫다는데, 그냥 네가 좀 져주면 안 되니? 하는 마음이셨을 거다.
그러다 어느 날, 같은 문제로 또 한 번 대판 싸우고, 나는 그 싸움에서 또 졌다. 패배에 분해, 그리고 그런 언니에 대한 섭섭함으로 방문 뒤에 주저앉아 엉엉 울던 모습이 아직도 꽤나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리고 나는, 그 뒤로 같은 얘기를 다시 꺼내지 않았다.
그것 참, 그게 뭐 대수라고 그렇게 난리난리 싸웠는지 싶을 정도로 지금은 추억거리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유치한 생각이 들었다.
나한텐 지금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조카가 한 명 있는데, 지금은 화상통화라도 하면 "땡땡아, 이모야~ 우리 땡땡이 오늘은 모해쪄어? 오구오구 그래쪄어~?" 하고 서른몇 짤 이모는 혀가 갑자기 반토막이 나는데...
내가 갑자기 어느 날부터 "조땡땡! 야, 조땡땡!!" 하고 조카 이름을 부른다면 언니는 어떤 반응일까?
언니가 "조카 이름 부르는 게 그게 뭐냐 -.-" 하면, "응, 이거 그냥 내 방식이야." 라고 세상 쿨한 척 응수하는 정말 말도 안 되게 유치한 생각을 해 본다.
(실제로 그럴 일은 없다. 이 이모는 그 작은 아이에게 이미 푹 빠졌으므로.)
언니, 나 그때 정말정말 많이 섭섭했어.
동생 이름 좀 다정하게 불러주지. 하나밖에 없는 동생한테 맨날 이땡땡이 뭐냐 이땡땡이. 칫.
사진출처: 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