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의 표준어가 실제로는 '자장면'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그건 '효과'의 발음이 '효-꽈'가 아니고 사실 '효-과'이며, '설레임' 대신 '설렘'이 맞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의 어색함과는 비교도 안 되는 배신감 같은 것이었다.
태어나서 쭉 짜장면을 짜장면이라 부르며 살았는데, 그게 틀린 표현이었다니! 그럼 이건 뭐, '짜-파게티'도 사실은 '자-파게티'로 불러야 했단 말인가.
그냥 무시하고 나 편할 대로 부르기엔, 나는 유독 표준어와 맞춤법에 집착하는 사람이었으므로, 짜장면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표준어 규정에 따라 '자-장면'이라고 부르기엔, 짜장면 본연의 친근한 느낌이 달아나는 것 같아 영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나 같은 생각을 했던 사람이 꽤나 많았는지, 국립국어원은 1년 반의 검토를 거쳐 마침내 2011년 8월 31일, '짜장면'도 복수 표준어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출처: https://www.korean.go.kr/front/board/boardStandardView.do?board_id=6&mn_id=184&b_seq=374
내가 이 10년도 더 지난 뉴스를 이제와 굳이 들춰보는 이유는, 요즘 '자장면'의 불편함처럼, 영 불편하고 어색한 단어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바람'과 '바램'이다.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국민송으로 불렸던 노사연이라는 가수의 <만남>이라는 노래가 있다.
우리 만남은 우연히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라고 시작하는 노래인데, 이 가사 역시 사실은 "그것은 우리의 바람이었어"라고 불렀어야 했다는 것이다.
국립국어원에 따른 표준어 규정에 따라 몇 개의 예시를 추가해 보자면,
"빨리 낫길 바라~"
"시험에 꼭 합격하길 바라~"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요~”
라고 하라는 건데, 나는 이게 영 어색해서 나름의 변형된 표현으로 '바랄게', '바랍니다', '바라겠습니다' 등으로 바꿔 쓰고 있지만, 친근한 사이에 가볍게 응원과 기원의 메시지를 보내던 “~하길 바래” 라는 표현을 더 이상 쓸 수 없다는 건 참 아쉬운 일이다.
국립국어원은 '예쁘다, 태껸, 품세'와 더불어 '이쁘다, 택견, 품새'도 복수 표준어로 지정했다고 한다. 자주 쓰이는 단어는 예외적으로 복수로 인정해주는 경우다.
그러니 ‘바램’도 언젠간 ‘바람’과 더불어 복수 표준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가져보는 바이다.
제발 꼭 그렇게 되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