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워서
-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와 죽어도 괜찮겠다. 내가 이런 걸 쓴다면 그 땐.
진심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말이 무슨 의민지 감각으로 와닿음.
어떻게 살면 이런 글이 나올까.
21.02.05 금, 15시에 시작한 회의에서 주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