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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리 Feb 05. 2021

죽어도 괜찮겠다

부러워서

의자 

-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와 죽어도 괜찮겠다. 내가 이런 걸 쓴다면 그 땐.

진심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말이 무슨 의민지 감각으로 와닿음.

어떻게 살면 이런 글이 나올까.


21.02.05 금, 15시에 시작한 회의에서 주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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