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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환 May 08. 2022

켄터키 프라이드치킨

보이는 대로 정확히 보자

아버지가 공무원이셨습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제가 어릴 때 공무원은 정말 월급만으로 생활이 될까 싶을 정도로 박봉이었습니다. 그런 박봉의 공무원 이셨던 아버지가 유일하게 한턱 쏘시는 날은 월급날이었습니다. 그때 한창 유행했던 켄터키 프라이드치킨, 아버지가 한 손에 노란 종이봉투의 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을 사 오시면, 그 종이봉투를 보자마자 쿵쾅 거리는 심장을 억누를 수 없을 만큼 좋았습니다.


시회적 거리두기가 폐지되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팬데믹 시대에서 엔데믹 시대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팬데믹 시대의 모든 부정적인 부분들을 배제하고, 그래도 우리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본다면, 단연코 그 첫 번째는 고용입니다. 미국은 역대급 고용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60여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모든 고용 관련 지표들이 급격히 개선되고 있습니다. 파월의 강성 금리인상 발언에는 미국 경기에 대한 확신이 있는데, 그런 확신은 역대급으로 개선되고 있는 고용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스테그플레이션에 대해서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급 부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기인한 인플레이션은 지속적으로 악화될 요인이 아닙니다. 이미 근원 CPI와 근원 PCE지표에서 인플레이션 정점 징후가 나오고 있고, 이번 금리인상에서 파월 의장이 이 부분을 분명히 언급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경기 위축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공급 부족과 우발적인 사건에 의한 일시적인 경기 위축과 수요 감소에 의한 추세적인 경기 위축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걸 착각합니다. 전문가는 지금 벌어지는 현상에 지나치게 함몰되는 경향이 많은데, 그러다 보면 지금의 현상을 확대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고용에 대한 언급이 완전히 바뀌어 있습니다. 미국 월마트의 아르바이트 임금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6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기업들의 구인난이 가속화된다는 뉴스가 대부분입니다. 지난 십수 년간 뉴스에 단골 메뉴처럼 나왔던 고용불안 뉴스는 더 이상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경기 위축은 수요가 감소하면서 기업들의 생산이 위축되고, 이로 인해 고용이 불안해지는 경기 하락 사이클입니다 지금처럼 공급이 부족하고 물류가 일부 막히면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나오는 일시적인 경기 위축과 전쟁이라는 우발적인 상황으로 예상보다 경기 상승 정도가 일시적으로 낮아지는, 그런 경기 위축이 아닙니다.

지난 2년여간 우리가 겪었던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한 시대가 새로운 시대로 전환될 때는 반드시 그 전조 현상이 있습니다.  그 전조현상은 우리가 팬데믹 정점 시기에 보았던 인도 뭄바이와 중국 북경의 맑은 하늘, 미국의 60년 만의 최고의 고용상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팬데믹으로 사망한 1500만 명의 인류가 아닐까요? 

지금 증시가 아무리 엄중해도, 그 엄중함을 만드는 요인이 증시의 방향을 돌릴만한 펀더멘털적인 부분이 아니라 일시적인 현상에 기인한다면, 주식하시는 분들은 여기서 좌절할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현상이 소멸되는 이후의 상승에 대한 대비를 치열하게 해야 됩니다. 그 대비는 버릴 것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것을 채워 나가는 겁니다. 이제 세상은 펜데믹에서 엔데 믹으로, 그리고 기술의 정점 시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아버지의 실직을 걱정할 시기가 아니고 아버지의 손에 들려있는 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을 계속 기대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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