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익의 과정이 중요하다
주식투자를 20년 넘게 하면서 수많은 파고를 넘어왔습니다. 돌이켜보면 일생일대의 기회도 있었고, 일생일대의 위기도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아직도 강렬히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들이 있습니다.
십몇년 전, 그때 우리 주식시장에는 다양한 상품들이 생겨나던 시기였습니다. 그때 우리 증시는 전형적인 신흥국 증시였고, 변동성도 크게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모기업 어떤 상품이 며칠 동안 제눈에 계속 밟혔습니다. 점심시간에 저와 아주 가깝게 지내던 지점장님과 이런 얘기를 주고받다가 결국 우리 둘은 그 상품을 매수했습니다. 금액도 제법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일주일쯤 지났을 때 그 상품이 두배로 상승했습니다. 지점장님과 저는 쾌재를 불렀는데,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주 중반부터 지방에서 회의가 있었는데, 그 지점장님과 제가 참가하게 되었고, 3박 4일 일정이라, 혹여나 그동안 매매를 할 수 없는데 그 상품이 하락할까 봐 고민이 되었습니다. 출발하기 전날 둘이서 장고에 장고를 거듭한 끝에 결국 매도를 했습니다. 저는 보유를 지점장님은 매도를 주장했는데, 결국 우리 둘은 매도를 했었습니다. 그래도 100% 수익을 거뒀기에 다음날 가뿐한 마음으로 지방으로 출발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첫 번째 휴게소에 들러서 커피를 한잔 하려는 찰나에, 사무실 여직원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주식시장 개장과 함께 그 상품이 무섭게 상승한다고, 휴대폰으로 가격을 확인해 보니, 믿을 수 없는 숫자가... 10배 가까이 상승중, 결국 그날 회의를 마치고 저녁에 확인해 보니, 종가는 70배 상승, 다음날 140배까지 상승, 그리고 그다음 날 최종적으로 540배까지 상승, 저와 지점장님은 망연자실했었습니다(매도한 가격 기준, 매수한 가격으로 보면 이 수치의 두배가 됩니다). 이유도 모르고 상승하던 그 기업은 결국 지주회사 설립을 발표했고, 그 당시 지주회사 설립을 하면 묻지 마 상한가가 연속해서 나오던 시절이었는데, 지점장님과 제가 매수한 상품이 그 주식의 옵션이라, 주식이 상한가를 연속해서 가니, 미친 듯이 상승했었던 거였습니다. 그때 회의를 가지 않았고 그래서 그 상품을 매도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 더 이상 그런 위험한 거래를 하지 않은지도 10년이 넘은 시점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마 그때 수익을 그만큼 거뒀으면, 아마 저는 지금 주식시장에서 퇴출되고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 어마어마한 수익으로 잠시나마 즐거웠겠지만, 결국 그런 매매를 반복하게 되었을 것이고, 결국은 가진돈을 전부 잃어야 멈췄을 테니, 결국 저는 지금 주식시장에서 퇴출되고 없을 겁니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수익과 손실을 생각할 때, 항상 그 과정이 정당한 가를 잘 따져봐야 됩니다. 과정이 정당하지 못한 수익은, 결국 그 몇 배를 손실로 벹어내야 하고, 과정이 정당한 손실이라면 결국 그 몇 배를 시장에서 보상받습니다. 이건 26년을 주식시장에서 보낸 저의 가장 확고한 믿음입니다. 한두 번의 운에 기댄 수익은 결국 달콤한 마약으로 작용해서, 내가 가진 돈의 전부를 빼앗아 갑니다. 시장이 많이 어렵습니다. 누적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 도박 같은 매매를 하시면, 결국 주식투자가 도박으로 마무리됩니다. 어려움을 받아들이시면, 그에 맞는 전략이 나오고 그 전략대로 하면, 다시 계좌는 플러스로 전환됩니다.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게 주식시장입니다. 핑크빛 호재로 도배가 되어 상승하던 증시도 결국 그 호재가 절정에 달할 때 고점을 형성하고, 온갖 악재로 도배가 되어 하락하던 증시도 결국 그 악재가 절정에 달할 때 저점이 됩니다. 지금이 저점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기 어렵더라도, 적어도 악재가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은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