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한 승부사의 시기
주식투자에서는 두 가지 감정밖에 없다고 항상 말씀드렸습니다. 두려움과 탐욕, 두려움은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고 탐욕은 막연하게 기대하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개인투자자들이 주식투자에서 실패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이 두려움과 탐욕을 극복해야 주식투자에서 수익을 지속적으로 거둘 수 있는데 아무리 오랜 기간 투자한 투자자라도 불쑥불쑥 찾아오는 이런 순간적인 감정들을 극복하는 건 쉽지가 않습니다.
잭슨홀 미팅에서 미국 연준 의장인 파월의 돌발적인 강성발언으로 시작된 증시의 하락이 CPI 지표의 부진과 9월 FOMC 금리인상의 여파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몰리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이 왜 그런 강성 발언을 했고,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위중한지는 이제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이런 초유의 사태에서 주식투자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까요? 원자재 가격의 급등, 공급망 교란으로 인한 생산 저하, 소비위축, 그리고 경기침체.... 지금이 누구나 알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증시의 악재를 열거하는 건 아주 쉬운 일입니다. 이런 악재에 우리는 좌절하고 여기서 물러서는 게 맞을까요?
지난주 주식투자자들을 극도의 공포심으로 몰고갈 수 있는 두 가지 현상이 나왔습니다. 하나는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섰고, 또 한 가지는 미국 개인투자자 심리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60% 이상의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두 현상 모두 금융위기 이후 처음 보는 수치입니다.
A라는 투자자는 이제 백기를 듭니다. 이제 더 이상 주식투자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견딜 만큼 견덨고, 이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A는 작년 삼성전자 고점에서 주식투자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증시가 하락하는 동안 계속 속칭 물타기를 해왔는데 이제 더 이상 자금 여력도 없습니다.
B라는 투자자는 이제 기회가 왔다가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겪었던 어려움이 이제 막바지 국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기서 추가 하락은 가능하겠지만, B는 이미 주식비중을 조절해서 현금비중도 있고, 일부 헷지로 방어도 했습니다. 추가 하락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점에서 주식투자를 그만두는 A라는 투자자가 현명한지, 주식투자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는 B라는 투자자가 맞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주식투자를 26년간 해오면서 제가 믿는 건 데이터와 경험입니다. 지난 100년 동안 미국에서 개인투자자 심리가 저 정도 무너졌을 때 주식을 매수해서 손해가 발생한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우리 증시에서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섰을 때 주식투자를 해서 손해가 발생한 경우도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내가 하루하루 주식투자에 목숨 거는 단기 투자자라면 지금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내가 주식을 보유해서 시세 차익을 크게 기대하는 중장기 투자자라면 지금이 기회는 분명합니다. 물론 그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들려면, 충분히 장기로 보유할만한 주식을 매수해야 되고, 적절한 현금비중을 가지고 분할투자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주식투자에서 리스크 관리를 해서 줄일 수 있는 손실과 그 이후 기대할 수 있는 기대 수익을 비교해 본다면 지금은 절대 주식을 포기할 때가 아닙니다.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는 위기를 겪고 난 후 평균 증시는 3배 정도 상승했습니다. 증시가 3배 정도 상승한다면 주도주는 두배인 6배 정도 상승합니다. 내가 향후 잃을 수 있는 추가 손실과 그 이후의 기대수익을 비교해 보신다면, 지금 A투자자의 판단이 옳은지 B투자자의 판단이 옳은지는 명확해집니다. 단 도박 같은 투기는 제외입니다. 단기 테마를 쫓아다니는 도박 같은 투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지난 26년간 주식투자를 해오면서 수많은 어려움과 또 수많은 기회를 거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굴곡 하나하나마다 말 못 할 사연들이 많이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습니다. 수많은 위기마다 공포를 극으로 몰고 갔던 동료들은 지금 주식시장에 없습니다. 수많은 위기마다 기회를 찾던 동료들은 지금 성공한 주식투자자로 제 옆에 있습니다. 주식투자의 가장 기본적인 성공의 방정식이 저기에 있습니다. 주식시장은 수많은 우여곡절과 극도의 공포심이 조장되는 시기가 있지만, 결국 지나고 보면 증시는 우상향 합니다. 이게 주식투자의 절대 진리입니다. 이 절대 진리를 가장 충실히 따르는 사람이 워런 버핏입니다.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잘 극복하시면 반드시 기회가 찾아옵니다. 지금부터는 좌절하기보다는 차라리 탐욕을 가지세요!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