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과 공포에 익숙해지면 주식투자는 성공할 수 없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언제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고, 또 언제가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저의 경우에는 초등학생도 상식적으로 알만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엉뚱한 판단으로 기회를 놓치거나 위기관리에 실패했을 때입니다. 이럴 때는 시스템의 경고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험이 없던 젊은 날에는 도움을 받을 시스템도 없었기에 더더욱 이런 위험을 자초하고는 했었습니다.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1+1은 분명히 2인데도, 1+1이 -1이나 3으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주식투자자가 그런 판단을 하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그 판단을 하기 전에 오랫동안 증시에서 받은 감정들이 객관적인 이성을 억누르고 판단을 흐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즉 감정이 이성을 지배할 때인데, 특히 집단 감정이 형성될 때는 더더욱 개인의 이성적인 판단은 무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시가 오랫동안 하락하면서 증시에 참여하는 모든 투자자가 하락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제는 악재가 나와서 증시가 하락하는 게 당연하고, 상승이 나오더라도 베어마켓랠리로 조만간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누구나 짐작합니다. 악재는 커 보이고, 호재는 작아 보입니다. 또한 이때는 증시의 선행성을 간과하게 됩니다. 증시는 경제 사이클이 더없이 좋은 정점일 때부터 하락하기 시작하고, 또 증시는 악재에 악재가 더해져서 최악의 정점을 이룰 때부터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증시의 고점은 그동안 상승하던 증시에 동참하지 못했던 개인들이 경제상황이 너무 좋다고 판단해서 동참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하락하기 시작하고, 반대로 그동안 하락하던 증시에서 버티고 버티던 개인들이 경제상황이 너무 나쁘다고 판단하고 매도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복잡한 경제 사이클 분석을 통한 선행성을 판단하지 않더라도, 단순히 몇 가지 현상으로도 우리는 이런 선행성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3조 VS 3조 5천억.... 지난 한 달간 코스피시장에서 개인은 3조 원을 매도했고, 외국인은 3조 5천억 원을 매수했습니다. 팬데믹 이후 그렇게 활황이었던 증시에서도 엄청남 매도를 보였던 외국인들은, 지난 한 달간 순매수 금액이 팬데믹 이후의 순매수 금액을 넘어섭니다. 외국인들의 이런 매수는 가파른 금리인상이나 경기침체, 혹은 강달러 등 모든 경제상식을 뒤집는 행위입니다.
증시의 국면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반대로 또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어렵다고 판단하는 건 남들보다 먼저 증시를 파악해야 하고 투자기회를 찾아야 하는 전문가나 경제학자, 투자회사의 입장입니다. 반면에 그런 판단에 따라 증시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분위기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시장 주체들의 리액션을 파악하고 따라가야 하는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주체의 리액션을 파악하기보다는 분위기 파악에 주력합니다. 모두가 전문가이고 경제학자가 되는 겁니다. 증시 분위기는 종종 증시 흐름과 다르게 움직입니다. 특히 분기점에서는 반대로 움직이는데 고점에서 매수하는 심리와 저점에서 매도하는 심리는 바로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개인투자자들이 전문가나 경제학자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주체가 아닙니다. 내가 증시를 움직일 수 있는 주체라면, 증시의 국면을 누구보다도 먼저 파악해야 됩니다. 하지만 내가 증시를 움직일 수 있는 주체가 아니라면, 주체의 움직임을 충실히 따라가면 됩니다. 이것은 장기투자자도 마찬가지이고, 특히 단기 투자자라면 더더욱 충실해야 됩니다. 익숙해져 있는 공포와 탐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눈에 보이는 객관적인 사실을 인지하는 것인데, 이것을 매뉴얼화해서 기계적으로 체크한다면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로 기관투자자로 개인투자자로 26년간 주식투자를 해왔고, 경제방송과 증권사에서 해설과 강의를 하고 있는 저의 관점에서, 지금은 주식투자를 포기할 때가 아니라, 아주 치열하게 덤벼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