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씽씽 불어오던 어느 해 겨울, 큰아이가 작은 강아지 한 마리를 안고 현관으로 들어섰다. 어스름이 내려앉던 저녁 무렵이었다.
손안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은 강아지는, 태어난 지 한 달도 안돼 보였다. 눈을 뜬 건지 아직 못 뜬 것인지 태어난 날수도 가늠할 수 없어 보이는 작은 강아지가 아들 가슴에 안겨 오돌오돌 떨었다. 동물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집안에 털 날리는 것이 싫었던 내가 눈살을 찌푸렸다.
집안에 하도 쥐들이 들끓어 고양이 한 마리를 구해다 기른 적이 있었다. 지은 지 오래된 집이라 아무리 쥐구멍을 찾아내어 막아도 어디로 들어오는지 다음날 보면 싱크대 밑에 쥐똥이 굴러다녔다. 고양이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었다. 그렇게 한 식구가 된 고양이는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재롱을 부렸다. 하얀 털과 검은 털이 적당히 배합된,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고양이였지만 아이들은 학교가 파하고 집에 돌아오면 고양이부터 찾 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밥을 안치려고 주방으로 들어서던 나는 고양이의 이상한 행동에 싱크대 밑을 살피다가 기겁을 했다. 커다란 쥐 한 마리가 나자빠져 있는 것이었다.
숨이 다 끊어지지 않은 쥐 한 마리가 배를 드러낸 채 천장을 향해 버둥거렸다.
그날 이후 고양이는 작은 상자에 담겨 누군가에게 보내졌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내 몸 여기저기에 붉은 반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도장을 찍은 듯한 붉은 반점들은 가렵기도 했지만 마치 무좀처럼 각질이 일어났다. 도장 부스럼이라고 했다. 그 붉은 반점들이 온전히 사라지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흘러야했다. 그 후로 집 안에서 개든 고양이든 절대 기르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왔다. 그랬는데 한겨울 엄동에 아들이 눈도 안 뜬 강아지를 안고 들어온 것이다. 포메라니안이었다.
안돼!
단호하게 막아서는 내 말에 아들이 애원의 눈빛을 담아 사정했다.
엄마. 날씨가 너무 추어.
그래도 안돼!
뒤에 서 있던 남편이 아들의 소매를 슬며시 잡아당겼다.
어쨌든 들어와!
누가 이 엄동설한에 강아지를 내다버린 것일까. 박스를 찾아다 수건을 깔고 강아지를 들어 앉힌 뒤 남편과 아들이 살피기 시작했다. 병든 강아지였다. 따뜻한 물을 디밀어도 고개도 잘 들지 못했다. 다음날 아들이 강아지를 안고 병원을 찾아갔더니 좀 더 빨리 오지 그랬느냐며 나무라더란다. 그러기를 사흘여, 강아지는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다음 생이 있거든 아주 건강한 몸으로 다시 태어나거라!
낙엽을 끌어다 녀석을 덮어주며 나는 중얼거렸다. 땅이 얼어서 팔 수가 없었다. 그 곁을 지나다닐 때마다 인간의 냉혹함에 대해서 돌아보곤 한다.
하얀 포메라니안이 집안을 휘젓고 다닌다. 하얀 갈기를 날리며 거실로 주방으로 종횡무진이다. 사춘기 두 딸의 정서를 위해 아들이 거금을 들여 사왔다는데 이름이 해피다.
엄마, 예방주사 다 맞혔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들의 말에 눈감아준 이 할머니가 예뻐서일까. 녀석은 온종일 꼬리를 흔들며 해피 바이러스를 날린다. 도장 부스럼에 대한 기억은 사라진지 오래다. 이름도 없이 죽어간 그 어리고 작은 강아지에 대한 기억만이 이따금 내 가슴을 아리게 할 뿐.(김언홍)
청각도우미견 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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