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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드림 hd books Apr 14. 2019

반려동물과 사람5 쫓아도 계속 따라온 믹스견인 유기견

친구 집에 들렀던 아내가, 쫓아도 자꾸만 온다는 유기견인 믹스견을 안고 왔다. 강아지를 키우자고 조르던 아이들 성화가 떠올라 선뜻 집으로 데려왔다는 것이다. 온 가족이 그의 사랑을 독차지하려 하지만 정작 그녀는 묘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버려진 상처를 지녔으니 쉬이 정을 주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많이도 낯설어하던 녀석이 3주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마음을 열고 사랑 나누기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함께한 시간이 그다지 길지 못했다. 반려견에 대한 인식도 배려도 없이 단지 아이들 놀잇감 정도로 여겼었기에 이사를 하면서 마당이 있는 집에서 키우게 하자는 아내의 제안에 선뜻 응하였고 초롱이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갔다. 

맡겨 두었던 시골 농장에 몇 차례 들러 그곳의 노부부에게 사랑받으며 지내는 것을 보며 잘한 결정이라 여겼다. 드넓은 과수원에서 뛰어놀던 초롱이를 떠올리곤 하다가 잊고 지냈다.      

그다지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반려견이 순기능이 있음을 늦게야 느꼈다. 우선 아이들 정신 건강에 좋았다고 생각한다. 공부에 지친 아이들이 강아지와 함께하며 스트레스를 풀곤 하는 것을 보았다. 실제로 많은 과학자가 실험한 결과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한 아이들의 면역력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10배 이상이었다는 통계가 있다. 

그리고 외로움,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고쳐주는 의사 역할도 한다는 것은 매체를 통해 알게 되었다. 맹목적인 사랑으로 사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아이들이다. 나아가 반려동물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들의 기본적인 욕구들이 충족돼야 함도 알았다.      

시간이 흘러갔다. 우울증 해소에 좋다는 지인의 권유가 있었다며 강아지를 다시 키우고 싶다는 것이다. 이즈음 아내는 심한 두통과 우울증을 호소하던 터라 흔쾌히 응하였다. 예쁘고 귀여운 여아 푸들 한 마리가 집으로 왔다. 아내의 극진한 강아지 사랑이 시작되었다. 초롱이와의 기억을 되살리며 우리만이 아닌 강아지의 행복도 생각하였다. 


온 가족이 그녀를 사랑으로 대했다. 그중에도 아내의 ‘몽이’에 대한 애정은 대단했다. 언젠가 심리학책에서 보았던 ‘사람 간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반려동물에 지나칠 정도의 애정 집착 현상을 보인다.’는 내용이 생각나 조금은 섭섭한 마음도 있었지만 많은 부분 만족한 동거였다. 그렇게 한 가족이 되어갈 즈음 아내는 “모두 출근하고 나면 텅 빈 집에서 아이 혼자 외로우니 둘이 놀게 한 마리 더 분양해야겠어요.” 라는 것이다. 

강아지가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 같은 존재라도 근본적으로 동물이기에 사람 아래 있어야 한다는 못난 생각이 나에게는 남아 있었다. 매사에 강아지 우선 주위로 되어가는 아내가 탐탁지 않았기에 요구에 선뜻 응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여러 번 부탁하였고 결국 못 이기는 척 수용하게 되었다.      

무딘듯하지만 귀여운 시츄 한 마리가 기어이 우리 품으로 들어왔다. 우리는 한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더불어 생활한 지 5년이 흘렀다. 우려와는 달리 그녀들과 함께하기에 조금 더 여유 있는 삶을 살게 되는 것 같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동물과의 휴식이나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돌아보는 여유를 갖게 되기에 그러하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집에 돌아왔을 때 그 누구보다도 열렬히 반겨주고 나만을 바라봐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웃을 날 많이 없는 요즘, 애완동물과 함께하며 잠시 잊었던 행복감과 기쁨을 되찾는 이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진다. 온 가족이 함께 떠났던 4박 5일간의 행복했던 제주도 여행을 떠올린다. 우리 부부와 두 아들 녀석은 물론이고 몽이와 뽀야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그들이 행복해하던 동그란 얼굴이 기억에 남아있다. 

태평양을 바라보며 함께 나누었던 많은 추억이 이젠 감정은 빠진 채 우리 기억 속에 오롯이 남아 있다.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한 가락에 떨면서도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거문고의 줄처럼’ 조금의 거리를 유지하며 이들과 오래도록 동행할 것이다. 생이 다하는 그날까지……. 

날이 밝아 온다. 겨울 햇살이 퍼지면 어제처럼 두 딸과 함께 즐거운 산책길에 오를 것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김경만)              


      

청각도우미견 시츄 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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