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인수봉과 홍보마케팅 연관이 뜬금없다 할 것이다. 인수봉을 오르는 담대함이나 집중력과는 무관하게, 북한산 인수봉을 떠오르며 나는 홍보 마케팅의 기본 정신을 가다듬는다. 책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거대한 인수봉처럼 느껴진다.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날마다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이 홍보다.
길을 걷거나 전철을 타고 갈 때도 사방을 둘러보며 홍보물을 바라본다. 사람들이 잠깐 머무는 횡단보도, 사람들이 서성거리는 전철역 주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원, 학생들이 오가는 길 등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지나치게 되면 이런 곳에다 우리 책 홍보를 좀 할 수 없을까 생각한다.
여건이 되면 사람 왕래가 잦은 곳에 자그마한 가게라도 하나 임대하고 싶다. 그래서 신문사 사옥 앞 신문 게시판처럼, 우리 신간 표지들도 사람들이 잠깐 머물며 읽어볼 수 있도록 여러 장 게시도 하고, 광고 배너도 세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것이다.(지금은 문래동에 해드림출판사 홍보실을 만들었다.)
어떻게 하면 책 한 권이라도 독자들 손에 들리도록 할까 싶어 발버둥 쳐왔던 지난날들, 돌아보면 스스로 생각해도 눈물겹다. 참으로 어렵고, 답답하고, 특별한 정답이 없어 보이는 것이 책 홍보지만 멈출 수 없는 출판사의 운명이다,
다른 홍보도 마찬가지겠지만, ‘책 홍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북한산 인수봉이다. 북한산 인수봉은 내게 흔들리지 않은 신앙적 믿음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너무나 막막하게 느껴지는 독자의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홍보할 책을 들고 독자 앞에 서면 늘 북한산 인수봉을 마주한 채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천만번을 소리쳐 두드려도, 천만번 어떤 제스처를 취해도 꿈쩍 안 할 듯한 차가운 외면, 내 힘으로는 절대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 나처럼 힘없는 이는 감히 극복할 수 없는 지경….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인수봉이야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안 무너질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한 번 무너지면 우르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겐 군중심리라는 게 있잖은가. 평생 맨발로 살아온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운동화도 팔았다는데, 아무리 독서율이 저조한 우리나라 사람들이라 해도 책 한 권 못 팔까 하는 오기, 그것이 역설적이게도 북한산 인수봉에서 받는 홍보 마케팅의 기본 정신이다. 어둠에서 빛을 찾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