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드림 hd books May 30. 2019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와 배낭여행

아름다움의 대명사처럼 여겼던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1956년 헝가리 혁명으로도 유명한 부다페스트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등록되어 있다. 이번 사고는 ‘도나우의 진주’, ‘도나우의 장미’라고 불리는 도나우강(다뉴브강)에서 일어났다. 도나우 강과 이어지는 언덕에는 변화의 역사를 겪어온 왕궁이 장엄하게 서있다. 

우리는 학창시절 김춘수 시인의 ‘부다페스트 소녀의 죽음’이라는 시를 통해 부다페스트를 통해 좀 더 친숙해 있다.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다뉴브강에 살얼음이 지는 동구(東歐)의 첫겨울

가로수 잎이 하나 둘 떨어져 뒹구는 황혼 무렵

느닷없이 날아온 수발의 쏘련제 탄환은

땅바닥에

쥐새끼보다도 초라한 모양으로 너를 쓰러뜨렸다.

순간,

바숴진 네 두부(頭部)는 소스라쳐 30步(보) 상공으로 튀었다.

두부를 잃은 목통에서는 피가

네 낯익은 거리의 포도(鋪道)를 적시며 흘렀다.

- 너는 열 세살이라고 그랬다.

네 죽음에서는 한 송이 꽃도

흰 깃의 한 마리 비둘기도 날지 않았다.

네 죽음을 보듬고 부다페스트의 밤은 목놓아 울 수도 없었다.

죽어서 한결 가비여운 네 영혼은

감시의 일만(一萬)의 눈초리도 미칠 수 없는

다늅江(강) 푸른 물결 위에 와서

오히려 죽지 못 한 사람들을 위하여 소리 높이 울었다.

다뉴브강은 맑고 잔잔한 흐름일까,

요한․슈트라우스의 그대로의 선율일까,

음악에도 없고 세계지도에도 이름이 없는

한강의 모래사장의 말없는 모래알을 움켜쥐고

왜 열 세살 난 한국의 소녀는 영문도 모르고 죽어 갔을까,

죽어 갔을까, 악마는 등 뒤에서 웃고 있었는데

열 세살 난 한국의 소녀는     

잡히는 것 아무 것도 없는

두 손을 허공에 저으며 죽어 갔을까,

부다페스트의 소녀여, 네가 한 행동은

네 혼자 한 것 같지가 않다.

한강에서의 소녀의 죽음도

동포의 가슴에는 짙은 빛깔의 아픔으로 젖어 든다.

기억의 분(憤)한 강물은 오늘도 내일도

동포의 눈시울에 흐를 것인가,

흐를 것인가, 영웅들은 쓰러지고 두 달의 항쟁 끝에

너를 겨눈 같은 총뿌리 앞에

네 아저씨와 네 오빠가 무릎을 꾼 지금

인류의 양심에서 흐를 것인가,

마음 약한 베드로가 닭 울기 전 세 번이나 부인한 지금,

다뷰브강에 살얼음이 지는 동구의 첫겨울

가로수 잎이 하나 둘 떨어져 뒹구는 황혼 무렵

느닷없이 날아온 수발의 쏘련제 탄환은

땅바닥에

쥐새끼보다도 초라한 모양으로 너를 쓰러뜨렸다.

부다페스트의 少女(소녀)여,

내던진 네 죽음은

죽음에 떠는 동포의 치욕에서 역(逆)으로 싹튼 것일까,

싹은 비정의 수목들에서보다

치욕의 푸른 멍으로부터

자유를 찾는 네 뜨거운 핏 속에서 움튼다.

싹은 또한 인간의 비굴 속에 생생한 이마아쥬로 움트며 위협하고

한밤에 불면의 염염(炎炎)한 꽃을 피운다,

부다페스트의 소녀여.     


김춘수 시인의 비장한 이 시가 떠올라 사고 소식이 더 슬프다. 제목조차 변스럽게 느껴진다. 다뉴브가의 소녀와 한강의 소녀---.     


다뉴브강에서 30일 오전 4시쯤(한국 시각) 침몰한 유람선 하블라니(HABLEANY)호는, 야경 투어를 마치고 복귀 중 선착장에서 출항한 크루즈와 추돌하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정확한 피해 소식은 없으나 ‘참좋은여행사’에 따르면 한국인 33명이 타고 있었다니 우울한 소식이 전해질 것이다.         


며칠 전 ‘아들아, 지금가자’라는 배낭 여행기가 출간되었다. 여행지는 동남아시아로, 우연히 엄마가 아들에게 여행 이야기를 꺼냈다가, ‘아들아, 지금 가자’라는 이 한마디로 54일 동안 엄마와 아들은 험한 여행지에서 함께 보냈다. 사춘기와 객지 생활을 거치면서 요즘 젊은것으로 변한 아들은, 저자를 노모 대하듯 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아들과 같이 하루를 온전히 동고동락하면서 상대의 마음을 알게 되면서, 멀어졌던 모자 사이는 시련을 공유하면서도 이해의 마음이 흘러넘쳤다.     


동남아시아의 변덕스러운 날씨와 군침을 자극하지만 때로는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음식의 곤욕, 생면부지 땅의 어둠속에서도 움직여야 하는 두려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할 거 같은 잠자리, 위험한 관광 코스의 도전, 그리고 무엇보다 관광객을 봉으로 생각하는 현지인들의 괴롭힘과 생명 위협을 모자가 함께 겪고 견디며 여행을 한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노심초사 서로를 염려하는 모자는, 끝없는 대화와 상호간 의지와 보호 본능으로 험한 여행을 무사히 마친다. 그리고 그 끝에는 ‘아들아, 지금 가자’ 하며 서둘지 않았으면 얻지 못할 영원한 추억이 자리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여행기라도 헝가리 사고 소식 앞에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책 설명도 말이 꼬이는 듯하다.

  

     

작가의 이전글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혹은 인보사케이주 사건 개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