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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의 명절

추석 끝나고 생각해 보는 '장남의 명절'

by 해드림 hd books

올해도 추석은 어김없이 휑하니 다녀갔습니다. 4일의 추석 연휴 동안 장남도 내내 명절증후군을 앓습니다. 하지만 또 다음 명절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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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의 명절

해드림출판사 이승훈


저는 장남입니다

명절이나 제사 때는 모든 비용을 댑니다

차례가 끝나면, 제주에서 올라온 옥돔도

나주에서 올라온 배도

대구에서 올라온 사과도

순천에서 어머니가 올라오며 챙겨온 나물도 남김없이 싸줍니다

무엇이든 싸주면 흔쾌히 가져가는 형제도, 조카들도 고맙기만 합니다

구순 가까운 어머니가 계시니

명절 때면 형제뿐만 아니라

결혼한 조카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찾아옵니다

명절 연휴라도 장남은 쉴 틈이 없습니다

각자 편리한 날 친인척이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오는 사람마다 챙겨 줄 선물도 준비하고

설 때는 세뱃돈도 준비해야 합니다

어머니가 손주와 증손주들에게 줄 세뱃돈도 장남 몫입니다

장남은 명절 연휴 내내 대작을 해주느라 대낮부터 취해 있습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행복합니다

증손주를 데리고 온 손주들조차 봉투 하나씩을 내밀어

어머니 주머니는 두둑해지기 때문입니다

대신 장남 허리는 휘집니다

자신의 허리를 휘어 굽을 대로 굽은 어머니의 기를 폅니다

훗날 이런 기회조차 사라지면 어찌 살까

내가 죽고 나면 니들이 모이기나 할까

근심과 근심이 끈끈해집니다

사실 저는 장남이 어찌해야 하는지 모릅니다

세상 떠난 형이 살아생전 하던 모습을 따라할 뿐입니다

장남을 물려준 형이 그립기도 한 명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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