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역을 빠져나오면 으레 전단지 돌리는 사람들을 만난다.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부지런히 전단지를 내밀지만 받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무슨 내용이든 나는 내게 전단지를 내밀면 언제나 받는다. 힐끗 훑어보고 버릴 곳은 찾지만, 내가 받아주는 자체가 그에게는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마음을 잘 안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나 역시 인터넷에서 홍보 전단지를 돌리기 때문이다. 전단지를 외면하였을 때 받는 외로움, 동병상련이랄까.
12월에도 꿈과 희망과 열정으로 묵묵하게 전단지를 돌렸다. 블로그나 SNS에서 온종일 책 홍보 포스팅을 올리면 좋겠지만, 출판사의 온갖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처지에서 그럴 수는 없다. 야근을 하며 직원들이 퇴근해서 다음 날 출근 때까지, 특별한 일 없는 주말에는 어김없이 나는 책 홍보 포스팅이라는 전단지를 뿌린다.
책 홍보 목적으로 올린 포스팅들의 조회수를 보면 가히 베스트셀러 몇 권을 내고도 남았을 법하다. 지난 6월에 올린 글은 조회수가 15만회를 넘어섰다. 수십 년 내 전단지 인생에서 최고 조회수이지 싶다. 더구나 죽어 있던 블로그를 지난 2년 동안 방문자 수 210만 명을 넘겨놨으니 책 홍보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 온 것은 맞다. 하지만 이 방문자 수나 조회수들은 전단지를 외면한 채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머릿수일 뿐이다.
나는 모노드라마 배우다. 적잖은 우리 저자들의 배역을 홀로 맡아 시선 없는 무대에서 피에로처럼 어릿광대짓을 한다. ‘저 좀 봐주세요’ 하며 미친 듯이 온몸을 흔들어도 다음 날 책 주문은 ‘인터넷 1종 1권’+‘매장 1종 1권’일 때가 부지기 수다. 그나마 그 ‘1’이라는 게 나의 몸짓의 결과인지도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