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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드림 hd books Dec 22. 2019

조회수만 보면 베스트셀러 수권은 만들었다

책 홍보를 위한 포스팅, 조회수만 보면 베스트셀러 수권은 만들었다

        

전철역을 빠져나오면 으레 전단지 돌리는 사람들을 만난다.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부지런히 전단지를 내밀지만 받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무슨 내용이든 나는 내게 전단지를 내밀면 언제나 받는다. 힐끗 훑어보고 버릴 곳은 찾지만, 내가 받아주는 자체가 그에게는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마음을 잘 안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나 역시 인터넷에서 홍보 전단지를 돌리기 때문이다. 전단지를 외면하였을 때 받는 외로움, 동병상련이랄까.


12월에도 꿈과 희망과 열정으로 묵묵하게 전단지를 돌렸다. 블로그나 SNS에서 온종일 책 홍보 포스팅을 올리면 좋겠지만, 출판사의 온갖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처지에서 그럴 수는 없다. 야근을 하며 직원들이 퇴근해서 다음 날 출근 때까지, 특별한 일 없는 주말에는 어김없이 나는 책 홍보 포스팅이라는 전단지를 뿌린다.

https://blog.naver.com/hd-books/221744500300

책 홍보 목적으로 올린 포스팅들의 조회수를 보면 가히 베스트셀러 몇 권을 내고도 남았을 법하다. 지난 6월에 올린 글은 조회수가 15만회를 넘어섰다. 수십 년 내 전단지 인생에서 최고 조회수이지 싶다. 더구나 죽어 있던 블로그를 지난 2년 동안 방문자 수 210만 명을 넘겨놨으니 책 홍보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 온 것은 맞다. 하지만 이 방문자 수나 조회수들은 전단지를 외면한 채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머릿수일 뿐이다. 

나는 모노드라마 배우다. 적잖은 우리 저자들의 배역을 홀로 맡아 시선 없는 무대에서 피에로처럼 어릿광대짓을 한다. ‘저 좀 봐주세요’ 하며 미친 듯이 온몸을 흔들어도 다음 날 책 주문은 ‘인터넷 1종 1권’+‘매장 1종 1권’일 때가 부지기 수다. 그나마 그 ‘1’이라는 게 나의 몸짓의 결과인지도 알 수 없다.

지난 글 모음을 살펴보니 시랍시고 끼적거려 놓은 글이 세말을 허허롭게 한다.    

    

https://blog.naver.com/hd-books/221658120415

나는 책을 팔아요      

  

역곡에서 서울 오는 버스를 탔다

문래동에서 내려야 하는데

졸다가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렸다

영등포역에서 길을 따라 걸었다

길가 불 꺼진 천막 안에는

띄엄띄엄 여자들이 앉아 있었다

한 여자가 말을 걸었다

오빠 잠깐만요

속살은 허옇게 빛나는데

목소리는 속삭이듯 기어들었다

나도 매일 낯선 이들에게 속삭인다

오빠 잠깐만요

책은 눈길조차 없는 내 몸이다

하늘에는 구름이 끼어 있었다

날계란을 던져 깨진 듯

구름 속 달빛이 그렁그렁하였다

판다는 것은 눈물겨운 일이다.        

  


자살교사      


SNS에서 책 광고를 하였다

11,200명을 콕콕 찔렀다

책은 한 권 팔렸다

광고비는 책 스무 권 값이었다

10만 명에게 보이면

열 권,

100만 대군을 찌르면

백 권이 팔릴까     

차라리 너랑 나랑

물에 빠져 죽자.     

https://blog.naver.com/hd-books/221738183510

경자년 쥐띠 새해에는 좋은 일이 있을 모양인지 12월의 전조(前兆)가 조금은 들뜨게 한다. 이젠 일어설 때도 됐는데….

그나저나 내 친구 경자년은 잘 지내는지 모르겠다. 친구 경자년도 나도, 환한 ‘해들임’이 있는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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