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골 성당이었지. 주일 미사를 준비하는 신부를 돕던 한 소년이 실수를 하였어. 미사 중 성찬전례 때 사용할 포도주 잔을 떨어뜨려 깨트려버린 것이야. 신부는 즉시 소년의 뺨을 치며 소리를 질렀지.
"어서 물러가고 다시는 제단 앞에 오지 마!"
이 소년은 자라서 공산주의 대지도자인 유고슬라비아의 티토 대통령이 되었어.
다른 큰 도시의 성당에서 미사 준비를 돕던 한 소년이 역시 포도주 잔을 떨어뜨렸어. 신부는 곧 이해와 사랑의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속삭여 주었지.
"응, 네가 앞으로 신부가 되겠구나."
이 소년은 자라서 유명한 대주교 풀톤 쉰이 된 거야.
티토 소년은 그 말대로 제단 앞에서 물러가 하느님을 비웃는 공산주의의 지도자가 되었고, 쉰 소년은 하느님의 귀한 사제가 된 것이지.
나는 우리 편집장님에게 항상 미안해. 고생시키는 것도 모자라 수시로 모진 말을 쏟아내곤 하였어. 출판사가 날마다 살얼음판 위를 걸을 때였지. 힘들수록 서로 축복하며 긍정의 믿음을 심어줬으면 홈런 몇 개는 쳤을지도 모르는데 사내자식이 참 못났지. 스스로 어두운 기운이 되었으니.
독자를 향해 저주를 퍼붓는 책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 책은 긍정의 힘을 담은 그릇이니까. 다시 말하면 풀톤 쉰을 만드는 책은 있어도 티토를 만드는 책은 없다는 것이야.
긍정의 힘은 별 거 아니야. 오늘의 운세가 아주 나쁘더라도, 오늘 자신의 일상을 조금 신경 쓰라는 조언으로 받아들이면 돼. 결국 나쁜 운세는 없는 셈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