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살아오면서 내 인생에는 홈런이란 게 없었어. 마누라도 홈런은 아닌 거 같아. 2루타 정도는 될까. 물론 나는 아내에게 내야 땅볼이지만.
인생에서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수백 종의 책을 만들었는데 베스트셀러라는 홈런 한 번 쳐보지 못했지. 안타 몇 개는 있었지만 그걸로 어찌 밥 먹고 살아. 아무리 홈런을 기대하는 책도, 홈런은 아니더라도 3루타 정도는 나올 거라 기대한 책도 나오는 대로 아웃 당하기 일쑤였어. 하지만 절망은 안 해.
미국의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 알지?
714개의 홈런을 때려서 1976년까지도 세계 최고 기록을 유지한 선수야. 1927년 양키즈 팀이 필라델피아 팀과 맞붙었을 때 그가 날린 장타의 결정타는 야구 역사상 잊힐 수 없는 홈런이었어.
그런데 말야.
베이브 루스가 홈런왕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아도, 그가 아직도 스트라이크 아웃을 당한 세계 기록 보유자임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거야. 그는 자그마치 1330번이나 스트라이크 아웃을 당한 기록을 세웠어. 아마 야구 역사상 이 기록을 깬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는 줄 알아. 베이브 루스에게 1330번의 스트라이크 아웃이라는 처절한 체험이 없었다면 그는 홈런왕이 결코 되지 못했을 거라고 해.
책을 향한 독자들의 시선 투구력은 번개 같아.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아웃 당하는 비참함이라니…. 나는 절망을 먹고 사는 낭떠러지의 바위나무인가 봐.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가 아무리 삼진 아웃을 당해도 나를 퇴출시킬 구단주는 없다는 것이야. 왜냐하면 내가 구단주이니까. 그러니 꿈과 희망이 있는 거지.
나는 지금도 홈런을 치기 위해 힘껏 휘두르고 있어. 매번 아웃을 당하더라도, 끝날 때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