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기사가 인터넷을 달군다. 엔간한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보다 더 자주 신문의 인터넷 판으로 끼어든다. 종종 언어의 유희를 즐기는 듯한 진중권 씨 기사 내용은 대부분 정치인, 특히 정부 여당 쪽의 정치인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진중권 씨가 가진 입의 막강한 힘을 보면,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이 부러워할 만하다.
펜보다 입, 이런 입만 있으면 기자들도 기사 쓰기 참 편할 듯하다. 진중권 씨의 페이스북을 지켜보다가 말이 입에서 떨어지기 무섭게 기사화 하면, 금세 포탈에 노출되니 얼마나 많은 네티즌을 자신의 기사로 끌어들이게 되는가.
아무리 바른 말이라 해도, 연일 누군가를 향해 독설 비슷한 비판을 쏟아내다 보니 이제는 식상한 감마저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 정치 환경은 얼마나 삭막하고 부정적인가. 매정하고, 반 인격적이고, 예의염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말들이 난무하는 곳이 정치판이다. 또한 패가망신한 정치인이 갑자기 정의의 사도처럼 나타나고, 불의가 정의로 둔갑하기는 손바닥뒤집기다.
여야를 떠나 모두 잘 났고, 모두 자신들 생각이 정의이고, 자신의 입지를 위해 그리고 한 치라도 더 자신의 편을 만들기 위해 상대방을 가루가 되도록 씹어대는 게 짜증스럽다 못해 내 자신조차 천박해지는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종교인도 학자도 법조인도 정치에 끼어들면 곧 정치인이다. 정치 영역이 사회 주도권을 잡다보니 정치가 사회 정서를 가장 해치는 주범이 되었다. 지역 간, 이념 간 극한적 대립을 낳았고 살벌해진 사회를 만든 게 정치 영역이다. 사람들의 사고가 극단적으로 대립하면 결국 사회는 삭막해질 수밖에 없다. 상대방 인생이야 망가지든 말든 무언가 까발려서 쏠리는 관심을 즐기는 사회현상도 나는 정치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수십 년이 흘러도 우리나라 정치 레퍼토리는 변함이 없다. 이념, 안보, 경제를 떠나면 새로운 것을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잔혹한 범죄가 우리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어도,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빈번해도, OECD 국가 중 독서율 꼴찌를 도맡아 해도 국민의 정서나 정서복지를 말하는 정치인은 보질 못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정서를 충만케 하는 정서복지 정책에는 이렇다 할 게 없다. 국가든 정치인이든 우리 사회를 돈, 돈, 돈 하는 사회로 몰아넣을 게 아니다.
천재지변의 재해가 아니더라도 국민이 참고(慘苦)를 당할 때 찾아가 따뜻한 위로나 격려를 해주는 정치는 요원한 것일까. 어제 참 가슴 아픈 기사가 떴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사람이 승용차를 운전하다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승합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겨우 8살인 쌍둥이 자매가 생명을 잃었고, 부모 또한 위독한 상태란다. 이는 개인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 문제이다. 반복되어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가해자는 분명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며, 이는 우리 사회 정서가 이만큼 병들어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오로지 권력에 집착하는 정치인들이 우리 사회 정서를 너무 삭막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정치는 99%가 네거티브로 만연해 있다. 긍정적인 사회보다 부정적인 사회를 조장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상대를 헐뜯는 데 정치를 할애하기보다 내가 뭐를 어떻게 잘했는지를 내세우는 게 나을성싶다. 감시와 견제 기능을 넘어 상대방을 헐뜯는데 혈안이 된 정치보다 차라리 자신의 장점이나 자랑을 홍보하는 게 더 긍정적인 정치가 아닐까.
사는 것도 힘든데 정치가, 우리 사회가 그리고 세상이 좀 차분해졌으면 좋겠다. 정치판의 입들에게 일회일비 하며 사로잡혀 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의 메인창은 뉴스창이 장악하고 있다. 그리고 뉴스는 정치판이 대세를 이룬다. 포탈 메인창 다음으로 TV연예와 쇼핑, 먹거리 등이 차지한다. 뉴스가 포탈 메인창을 차지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국민이 정치에 민감하다는 이야기다. 이 나라 민주주의가 자라온 과정을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국민이 지나치게 민감해도 정치 풍토를 살벌하게 할 수도 있다.
나 역시 인터넷을 끼고 살고, 하루에도 수십 번은 다음과 네이버 메인창을 오간다. 좀 따뜻한 내용들이 포탈의 메인창을 구성하면 안 될까 싶다. 정치 게시판은 한 클릭 건너로 가고, 따뜻한 내용이나 지적이고 감성 넘치는 문화 예술 창이 메인창을 장식할 수는 없을까 하는 바람이다.
진중권 씨는 미학을 전공한 것으로 안다. 미학, 낱말 자체가 참 멋지다. 미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이 미학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고 삭막해진 사회 정서를 충만케 하는 역할을 하였으면 싶다. 나는 미학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였다.
서울대학교 미학과에서는 ‘미학’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미학은 미와 예술,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적인 특성과 사회‧문화적 요소들을 이론적으로 탐구한다. 철학적 방법론을 주로 사용하지만, 역사적, 심리학적, 사회학적 방법론을 동원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인간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성찰하고 문화와 세계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해 본다는 점에서 인문학의 다른 영역들과 공통의 학문적 목표를 갖는다.
‘미학과’라는 명칭이 붙은 국내 유일한 학과인 서울대학교 미학과는 1946년 국립서울대학교의 창립과 함께 문리과대학의 소속학과로 창설되었으며 1975년 서울대학교가 관악으로 이전하면서 인문대학에 소속되어 현재에 이른다.
예술적 감성의 자유로움과 철학적 사유의 엄밀함이 조화를 이루는 학문적 특성처럼, 미학과는 이성과 감성이 조화되고 인문학적 성찰의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낸다는 교육 목표를 가진다. 이를 위해 학부와 대학원 과정의 다양한 교과목들을 통해 미와 예술과 관련된 현상들의 본질과 특성을 사유하고 미술, 음악, 연극, 무용, 영화, 사진 등 여러 예술 장르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같은 목표 하에 미학과는 서울대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하고 흥미 있는 교양 교과목들을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으며, 미술경영학 협동과정, 공연예술학 협동과정 등의 대학원 협동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을 가능하게하기 위한 미학과의 연구 영역으로는 순수 미학 사상 및 예술 철학을 탐구하는 미학 이론 분야와 개별 예술 장르에 대한 이론적 탐구와 비평적 성찰을 시도하는 예술 이론 분야가 있다. 미학 이론 분야에는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양 미학 사상, 서양 고전과 근대의 미학 사상, 다양한 현대 미학 이론들 및 예술사회학 이론들에 대한 탐구가 포함되며 예술 이론 분야에는 미술 미학, 음악 미학, 영상 미학 등이 포함된다.
미학과는 동서양 미학 연구의 국내 총본산으로 많은 미학자와 문화예술 전문가 등을 배출하였으며, 미학과 주도로 창립한 한국미학회와 그 학술지인 『미학』은 국내 미학 연구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또한 많은 졸업생들이 본 학과의 교육을 기초로 문화예술 행정, 언론, 대중매체 분야로 진출하여 출중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