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출판을 바라며 원고를 투고할 때 저자들이 참조할 사항이 하나 있다. 물론 해당 사항이 있을 경우만이다. 그것은 책이 출간되면 자신이 홍보할 수 있는 범위나, 혹은 저자 스스로 홍보용 등으로 소비할 수 있는 분량(일반적으로 기획출판의 경우 1쇄 저자 증정본은 20권이다. 더 필요할 경우 일정 할인율로 출판사를 통해 구매해야 한다.), 책을 판매할 수 있는 역량 등을 적어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획출판이라고 하여 판매 목적 달성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출판사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므로, 실패할 경우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는 것이다.
글 쓰는 일이 어려울까, 책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일이 더 어려울까. 이것은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자본과 출판 시스템이 탄탄한 대기업 같은 출판사들에게 홍보나 판매는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중소형 출판사들에게는 책 홍보나 판매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계기로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면야 책이 저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겠으나, 순전히 홍보를 통해서만 책을 팔아야 하는 경우라면 그야말로 출판사는 애닳으며 피땀을 흘려야 한다. 사람들의 무관심이라는 절망 앞에서 숱한 한숨을 쏟아내는 게 일상이다.
책을 대하는 독자 마음을 나는 늘 움직일 줄 모르는 북한산 인수봉에 비유한다. 시인 이상범 선생님은 인수봉이라는 시에서 인수봉을 ‘스스로 절망을 세워/침묵하는 차디찬 체온’이라고 표현하였다. 저자들이 밤새워 고혈을 짜내 글을 쓴다고 할 때, 나는 살아남기 위해 피눈물 흘리며 발버둥을 치는 게 출판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홍보나 책 판매 어려움을 토로한 글을 며칠 전 블로그에도 올린 바 있다.
처음에는 자비출판만 하다가 몇 해 전부터는 자비출판과 기회출판을 병행해 온다. 재정이 튼튼하다면 자비출판은 피하고 싶은 게 사실이다. 이는 원고의 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책정가의 40%를 지급해야 하는 자비출판을 관리하는 데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요즘에도 꾸준히 원고투고가 이어진다. 투고된 원고를 살펴보면 확 빨려 들어가는 원고도 있고,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내용이 유익하여 조금 조언해주고 싶은 원고도 있고, 원고 수준이 나쁘지는 않지만 출간 이야기를 꺼낼 수 없는 원고도 있다. 그렇다고 자비출판을 권유하지도 못한다. 저자들이 원고투고를 해올 때는 기획출판을 바라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자비출판 자체를 저자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비출판이냐 기획출판이냐는 엄격하게 따지면 원고의 수준 문제가 아니라,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였을 때 그 위험부담을 누가 지느냐 차이일 뿐이다. 자신의 원고에 자신이 있고, 경제적 부담이 없는 저자라면 자비출판이 훨씬 유리할 수 있다.
서점에서는 책정가의 50%까지도 가져간다. 따라서 저자에게 돌아가는 40%는 작은 게 아니다. 출판사는 모든 보관 및 유통비용을 부담한다. 책이 쌓이면 그 부담의 무게는 엄청나다.
나를 사로잡는 원고라 하여 선뜻 출판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한다. 더구나 지금까지 ‘이거다 싶은 구원’처럼 다가온 원고를 기획출간 하였어도 출판비도 못 건진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 회사 처지에서는 자금 회전이 빠른 자비출판이 운영상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다.
기획출간은 거의 대부분 원고로 선정하지만 때로는 저자와의 인연으로 기획출판을 하기도 한다. 어떤 출판사도 마찬가지지만, 나 역시 기획출간이든 자비출판이든 스타가 될 작가를 발굴하고자 노심초사한다. 답장은 못 해도 원고 투고가 들어오면 빠짐없이 살펴보는 이유도 그 하나이다. 투고된 원고를 보며 나는 종종 ‘내가 놓친 어떤 저자의 원고가 다른 출판사에서 베스트셀러로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지금까지 나는 문학 분야의 경우 두 사람의 작가를 일명 ‘해드림출판사 전속작가’로 생각하며 그들의 출간을 돕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임지인 소설가이다. 소설가라는 사실을 모른 채 우연히 임 작가를 알게 되었는데 소설을 쓴다고 해서 원고를 보내보라고 하였더니 몇 달 지나 탈고한 원고를 보내왔다. 임 작가의 원고에서 나는, 판매 가능성보다는 글 쓰는 탄탄한 기본기와 장편소설을 써내는 역량을 높이 샀다. 출판사 사정이야 여의치 않더라도, 도와주면 머잖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리하여 임 작가가 해드림에서 출간한 첫 장편소설이 <화이트 로즈 녹턴>이다. 500쪽 가까운 분량의 이 소설은 스릴러와 로멘스 그리고 약간의 판타지가 가미된 소설이다. 물론 큰 성과는 없었지만 작년인 4년 6개월 후 다시 700쪽 가까운 그녀의 장편소설 <인큐버스의 여인들>을 출간하였다.
두 번째 작가는 민혜 수필가이다. 우리나라에는 수필가로 등단한 작가의 수필집에서 배스트셀러라고 할 만한 책이 거의 없다. 수필집만큼 독서하기 좋은 분야도 없다는 것이 나의 평소 생각이어서 이 부분을 늘 아쉽게 생각해왔다. 그래서 작년에 수필집 기획출간 공모를 하여 50여 권 수필집 응모 가운데 민혜 수필가의 작품을 선정하여 출간하였다. 그것이 민혜 수필집 <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이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두 번째 책 출간을 작업 중이다. 민혜 수필가는 말 그대로 발굴이었다. 작품마다 격이 있었다.
이외, 그동안 해드림의 대표적 기획도서라 하면 인문학 기본서 <인문학 산책>, 실용서인 <스토리텔링 작법과 실무>, 과학수사 이야기 <범인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청소년 자기계발서 <백다은의 교육 상상>, 인문 에세이집 <조선의 꽃 열하일기>, <조선 선비 최부의 표해록>, 실용서 <한기범의 재미있는 농구코칭북>, 반려견 이야기 <아직도 바람소리가 들리니>와 기타 학습서 및 실용서가 다수이다. 현재 2021년 전반기 기획출간 작업 중인 책으로는 경영서<헤어샵 성공 시나리오> 등이 있다.
2021년에도 꿈과 희망으로 시작하였다. 원고투고 저자와 출판사는 서로 희망을 공유한다. 어느 한 쪽이 아닌 저자와 출판사와 독자의 기운이 통할 때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해드림출판사 원고투고 이메일을 하나로 통일한다.
jlee5059@hanmail.net
지인 한 사람은 모 대형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한 후 원고가 통과되고 출간되기까지 3년 넘게 걸렸다. 국내 굴지의 출판사에서 출간을 하면 작가로서 명예로울지 모르겠으나 3년씩이나 기다리면서 꼭 그리 출판해야 할까 싶다.
대형 출판사에서 출간하여 책이 좀 팔리면 모를까, 책의 특성상 이름있는 출판사 명찰을 달고 나온다고 하여 잘 팔리는 것은 절대 아니다. 또한 이름 있는 출판사라고 하여 자비출판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반 자비출판사 출판비용보다 엄청나게 비쌀 뿐이다. 출판사의 이름 값일 것이다.
무엇보다 책을 출간하려는 저자들은 우리나라 출판 현실을 잘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출판시장은 절대 호락호락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은 출간 자제가 중요한 게 절대 아니다. 대형출판사든 중소형 출판사든 어디든 책은 쉽게 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출간된 책이 살아남는 일인데, 책을 서점에만 유통시켜 놓으면 독자 알아서 사주는 게 아니다.
원고를 쓰는 노력 이상으로 출간된 이후 책 홍보 노력도 따라야 한다.
우리나라의 냉혹한 출판 현실과 저자가 알아두면 아주 유익할 출판 이야기를 해주는 유투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