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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Apr 05. 2023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더라.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삼으면 안 된다. 좋아하는 일은 아무래도 좋아한다는 감정으로 인해 내면의 추진력이 순풍으로 불어온다. 처음에는 열정을 가지고 재미있게 임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첫술에 배부를 수 없고 천리길도 한걸음부터이며 거산을 옮기는 것도 돌멩이 하나부터 시작해야 하는 법이다. 좋아하기에 잘 알고 잘 알기에 겅중겅중 초기의 과정을 건너뛰어 버린다. 커다란 돌멩이부터 마일스톤으로 삼으려다가 허리가 나가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야 만다. 


너무 좋아한다는 것은 너무 힘을 빠르게 써버린다는 말이기도 하다. 힘은 몸의 힘도 있겠지만 마음의 힘도 있는 것이다. 진력을 쏟고 마음의 뿌리까지 뽑아 연애를 하고 나면 100일이 되지 못해 시들해지고 만다. 초창기의 불같이 뜨겁고 화끈한 마음이 그저 그런 맹숭맹숭한 미숫가루처럼 투미한 마음으로 분해되기 때문이다. 


나는 요리를 좋아했고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식당일에 자신이 있었다. 근거도 없는 자신감이었다. 요리를 꽤나 잘하기도 했고 그래도 꽤나 오래 거래처를 응대하며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에도 자신이 있었다. 식당을 개업한다면 무조건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자신감 또한 가지고 있었다. 나는 큰 착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요리를 하고 사람을 먹이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일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 건드리면 안 되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심연의 돌부리를 뽑아 올린 줄 알았으나 어금니를 뽑아버린 것이랄까. 비유가 난해한가?


무튼 성역을 건드린 셈이었다. 그 성역을 몇 푼의 돈으로 교환하려 한 발상 자체가 불손했다고 봐야 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에 재미가 있었고 언제든 뛰어들고 투신할 마음이 자세도 되어있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혹은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진심을 다하고 열심히 했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체력적으로 나를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죽을 것 같은 순간이 오고 나는 이력이 나고 다음 단계의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웬걸?


나는 지쳐 쓰러져 버렸다. 몸이 아프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 열정도 열망도 희망도 좋아하는 마음도 모든 것을 망각하고 혹은 싫어져버리는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무위를 열망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무위의 상태로 스며들어가는 것이 아픈 상태이다. 


너무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삼지 말라. 

좋아하는 일도 잃고 취미도 잃어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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