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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Jul 12. 2023

세상에서 가장 믿기 어려운 자

세상에서 가장 믿기 어려운 자를 믿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당신 본인이다. 


당신의 반경 5km 혹은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과 스쳐 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당신이 겪는 세상의 전부이다. 

그 안에 누군가를 믿는 일이 생겨야 한다면 당신은 그 사람에 대해 무척이나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반면 사람은 본인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는다. 

그걸 굳이 믿는다고 말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가 와서 당신에게 물어본다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당신을 믿나요?


당신은 당혹스러울 것이다. 

날더러 나를 믿냐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나를 믿냐니? 나를 안 믿으면 뭘 어쩌라는 거지?

쓸데없는 말장난이라고 치부할지도 모른다. 


"그럼요. "

"저는 저를 믿어요."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물론 답을 하지 않고 피해도 무방하다. 


나는 나를 믿는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내가 나를 믿을 이유가 굳이 있기는 한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에 당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답은 훌륭한 질문이 있기에 나온 것 들이다. 

당신은 당신을 믿기 위해 많은 것들을 생각해야만 한다. 


보편적으로 사람은 믿기 위해 데이터 수집이라는 기초 행동을 선행한다. 

즉 믿기 위한 단초와 정보가 충분히 있어야 믿는다. 

컵이 있어야 그 안에 물이 담겨 있는지 없는지 후차적으로 믿음에 대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컵이 존재하지 않는데 그 안에 물을 논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당신은 당신을 믿냐는 질문에는 컵이 없다. 

당신은 당신의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신념? 육감? 정신? 영혼? 태도? 행동? 말? 

대체 당신은 당신이 무엇인 줄 알고 당신을 믿어야 하는가?


결국 당신은 누구인가로 귀결되고야 만다. 

당신을 알아야 당신을 믿을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무슨 정신병자 같은 소리냐고?


당신은 당신에 대해 알지 못하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유튜브의 알고리즘 보다 당신 스스로의 내면에 대해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알고리즘은 보편적인 당신의 미래에 무엇을 좋아할 것인지까지 정확하게 예측해 두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것을 슬그머니 꺼내어 보여준다. 물론 아님 말고 식의 제안일 수도 있지만 보편적인 것이 진실이 아닐 리도 없다. 


캠핑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캠핑카도 보여주고 시간이 지나면 농막이나 전원주택을 보여준다. 

연령대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 직접 집을 짓는 영상을 보여주고 이마저 시들하다면 미니멀하게 사는 삶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기도 한다. 알고리즘은 의식의 변화에 대한 미래를 예측하여 나에게 분명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알고리즘에게 신앙이라도 존재하는 것일까.


당신은 당신을 모를 수밖에 없다. 객관적인 나라는 것은 당신이 생각하기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당신 스스로를 믿는다는 것은 어쩌면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허상을 무조건 믿으라는 강요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당신을 믿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적어도 삶에 목적과 소명을 갖거나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변곡점에 도달한다면 말이다. 

당신이 당신을 믿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선행되는 조건은 자기 객관화이다. 

무조건적일 수밖에 없는 이 잔인한 작업은 스스로를 분해하고 나열하여 일목요연하게 늘어놓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 일은 분명하게 혼자 해야 하는 일이며 스스로 고립하지 않고서는 답을 찾아낼 수 없는 것이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당신에 대해 알지 못하고 스스로를 믿는 것은 타인을 믿는 것과 다름없다. 


당신을 믿는다는 것은 구체적인 믿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존재함을, 당신이 당신을 주체적으로 소유하고 있음을 믿으라는 것이다. 

당신의 육신을 지배하는 것이 분명히 당신의 정신임을 확인하라는 이야기이다. 

주체적인 인생, 자유, 결정에 대한 지분을 100% 당신이 가지고 있는가. 

스스로를 믿기 위해서는 단절과 고립, 수행의 시간이 필연적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스스로에 대해 긴 시간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 

그래야 나를 내려다보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믿기 어려운 사람은 다름 아닌 당신 스스로다. 










좌절스러운가. 

당신이 어쩌지 못하는 영역에 있는 것임이 분명한데 왜 당신에게 그것을 컨트롤하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가?


당신은 당신만의 주파수를 가지고 있다. 


당신은 텅 빈 세포의 조합이며 당신은 물체이며 파동이다. 

빛이 있어 당신은 보이며 보임으로 인해 존재한다. 

양자 하나하나는 중력을 가진다. 그러한 양자의 모임이 당신이다. 

당신은 당신의 정신력으로 당신의 세포 하나하나를 조종해 나갈 수 있다. 

하루에 2,200억 개의 세포가 소멸되고 생성된다. 

1년 6개월 이후에는 당신의 몸은 완전히 새로운 세포들로 바뀌어있다. 


과거의 내가 과연 우주에 존재했는가?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엔트로피의 증가만이 있을 뿐이다. 

당신은 이미 우주로 흩어졌다. 


당신은 중력을 가지고 있다. 온몸 가득 중력이 있으며 당신의 가슴에도 중력이 있다. 

당신은 당신이 끌어당기고 원하는 것을 믿을 수 있는 자아를 생성해야 한다. 

믿음은 단순히 믿는 것이지만 그 안의 본질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말았다는 거대한 장애물의 존재를 치워버렸다는 승리를 내포한다. 


당신이 당신의 난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믿고 명령을 내려야 한다. 

모든 걱정을 비우고 오롯이 그 사실 하나만 집중할 수 있는 극단의 이기심을 가져야 한다. 

평생 그것만 생각하고 그것만을 완수한 느낌과 그림을 눈앞에 펼쳐야 한다. 

당연하게 목표를 이룬 편안한 나를 객관화하여 바라봐야 한다. 

그렇게 당신은 그것을 성취했다. 

설마 당신이 성취하지 못했다 해도 아직도 당신은 포기하지 않고 믿고 그곳을 향해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그 과정과 길이 당신에게 충분한 보상과 길이 되었다. 


스스로를 믿음으로 인해 모든 것은 이루어진다.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도 당신은 이미 행복하고 이루어진다 해도 그 행복은 더하거나 덜할 것이 없다. 


당신이 결심한 순간 이미 원하는 것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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