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는 아우토겐 트레이닝이라는 이완법이 있다.
휴식법이라고도 하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수면에 좋다고 한다.
한국에도 협회가 있을 만큼 보급되어 있다.
나는 한 번도 접해 본 적이 없었지만 예전 어느 글에서 인상 깊은 글귀를 보고 조금 찾아보았다.
당시 본 워딩 그대로를 옮길 수는 없지만 대략 이러한 내용이었다.
"독일인들은 한국인에 비해 피로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비결이 뭔가요?"
(질문자는 아마도 보양식이나 운동법에 대한 노하우 등이 대답으로 나올 것이라 기대했을 것이다.)
"독일인들은 피곤해지기 전에 쉽니다."
"네?"
당시 나는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것 같은 깨달음을 얻었다.
'아! 그래! 피곤해지기 전에 쉬면 되는군!'
정말 이런 뉘앙스로 깨달음을 얻었다.
다시 들어보고 생각해 봐도 조금 우습지 않은가? 이런 걸 깨달음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지금 글을 쓰면서도 당시의 신기한 감정이 떠오르는 듯하다.
'나는 왜 한 번도 미리 쉴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나는 참 미련한 사람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나라에 나 같은 사람이 나 혼자였다면 다행이었겠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우리는 쉬어야 할 때를 늘 놓치고 피로를 차곡차곡 적립하며 살아가다 병에 걸리거나 죽고 만다.'
(이게 다 막무가내 정신, 공포의 외인구단, 송강호배우의 대사 97년작 넘버 3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아픈 것에 관대하지 못하다.
아프면 계집애같이 허약하다는 이야기나 해대고 도무지 인정해 주지 않는 분위기다.
정신력 운운하면서 라떼를 어찌나 찾아대는지 그런 분들이 정작 자신이 아플 때는 세상 세상 그런 호들갑을 떠는지 모를 일이다. (육아휴직을 쓰면 자리가 없어지는 풍토에서 윗것들이 출산율 운운하는 건 정말 구역질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우리 사회가 개인주의가 아니다 보니 자신 스스로에 대한 '자아 점검력'이 매우 빈약하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가령 50분 정도 일을 하고 집중을 했다면 목은 마르지 않은지, 굳은 근육은 없는지, 스트레스 때문에 감정적으로 흔들리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점검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쉬는 시간이 되면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 한잔하며 모바일 게임에 빠지는 것에 아무런 거부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 맞다.
첫 줄에 소개한 '아우토겐'은 독일인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는 트레이닝 방법이라고 한다.
몸을 이완시키고 의자에서나 운동장에서나 의무적으로 가르치고 실행한다고 한다.
핵심은 '나의 몸을 관찰하고 이완하여 스트레스를 없애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체조에는 근육과 관절의 스트레칭만 있을 뿐이다. 정신적인 이완 혹은 수면을 촉진한다거나 평생 써먹을 수 있는 트레이닝 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연관이 없다.
지금껏 없던 것을 막무가내로 만들어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주 간단한 개념이니 한 번쯤 새겨 들어보시라.
피곤해지기 전에 쉬는 습관을 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