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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레 Oct 16. 2024

장면 여섯, 모과를 던지며

가을바람에 걸었다.

걷다가 발 끝으로 무언가를 찼다.

커다란 돌인줄 알았는데, 모과였다.


낙엽 사이로 초록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옆에는 새까맣게 타버린 모과도 있었다.

서서히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 아래 모과나무였다. 가을이 와서야 알았다.


향을 맡고 싶었지만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나는 모과를 멀리 던져버렸다.

모과는 아직 익지 않았다. 익지도 않고 썩어버렸다.


아직 나뭇가지에 매달린 모과도 있는데.

고개를 뻣뻣이 하늘로 향하고 있는데.

너는 왜 그곳에 있고,

저 익지도 않은 모과는 땅에 떨어져야 했나.

차라리 멀리 가라고 모과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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