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각지 [몽탄]
누가, 언제, 어떤 기준으로 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울에는 3대 고깃집이 있다. 바로 금돼지식당, 남영돈, 그리고 몽탄이다. 이번엔 그중 삼각지역 근처에 위치한 '몽탄'에 다녀왔다. 오전 10시 반 도착. 이미 식당 문 앞으로 줄이 꽤나 있었다. 대기명단에 이름을 적으니 열두 시 반에나 입장이 가능하다고. 그래서 주변에서 시간을 때우다 입장 시간에 맞춰 다시 찾아갔다.
이렇게 입구가 있고 들어가자마자 우대갈비를 초벌 하는 모습이 보인다. 2층으로 올라가니 이미 식사하는 손님들로 북적북적.
몽탄이라는 이름이 어디서 나온 건지 궁금해 찾아보니 전라남도의 몽탄 면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곳에서 짚불구이의 영감을 받았다고.
두 명이니까 자연스럽게 우대갈비 3인분을 주문했다. ‘1인분’의 정의는 도대체 누가 내리는 건지 이따금식 의문스럽다. 개인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폭력적인 비주얼.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고기가 뼈다귀에 붙어있으니 더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소갈비 중에서 최상급 부위라고 하는 우대갈비를 긴 기다림 끝에 몽탄에서 드디어 먹게 되다니. 너무 기대됐다.
고기는 떡, 파, 마늘과 함께 구워주신다. 다 익으면 우선 한 점을 접시에 내어주시고 나머지는 갈빗대를 받침 삼아 탑을 쌓아주신다.
소금도 찍지 않은 고기 한 점을 바로 내 입안으로 로켓배송시켰다. 가득 퍼지는 육즙이 느껴졌다. 맛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입 안에서 갈비가 사르르 녹았다. 몽탄은 볏짚에 훈연한 고기의 향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것 같았는데, 은은하게 배인 몽탄 우대갈비의 향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기본적으로 양념이 되어있는 소갈비이다 보니 고기 자체로만 먹어도 달콤했다.
고기와 곁들여 먹기 좋았던 밑반찬과 양념들. 각각의 맛과 식감이 다 달랐지만 고기와 잘 어우러졌고 먹는데 즐거움을 한 층 더해줬다. 나는 얼린 무생채와 청어알을 가장 많이 먹었는데 특히 살얼음 잔뜩 낀 무생채가 고기와 궁합이 너무 좋았다.
추가로 짚불항정살 1인분을 시켰다. 참고로 우대갈비는 2인분씩 추가가 가능했다. 항정살을 주문하니 된장소스가 따로 나왔다. 역시나 맛있었지만 갈비에 비해 크게 임팩트 있는 항정살은 아니었던 것 같다.
고깃집에서 빠지면 섭섭한 k-디저트 볶음밥. 고기 추가 주문이 없는 걸 확인하시면 갈빗대에 붙어있던 나머지 고기를 다 발라주시는데 이 부분 양도 꽤 있었다. 나는 소고기의 느끼함을 빠르게 느끼는 편인데 보통 볶음밥으로 그걸 해소하곤 한다. 밥은 꼬들꼬들한 식감이었고 양파볶음밥이어서 그런지 다른 고깃집 볶음밥과는 조금 다른 맛이 있었다. 나는 맛있게 먹었다.
배불리 먹은 후 식당을 나오며 든 생각은 ‘역시 맛집은 맛집이다’였다. 그렇지만 이 정도 기다림의 가치가 있는 곳인지는 각자 방문 후 판단하면 좋겠다. 아직은 표본이 많이 부족하지만 나도 언젠간 나만의 3대 고깃집을 정할 수 있을 만큼 경험이 풍부한 미식가가 되고 싶다.
평점: 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