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합정 [옥동식]
한가로운 여름날 저녁, 출출한 배를 이끌고 혼자서 합정의 유명한 돼지곰탕집을 찾았다. 2018년부터 꾸준히 미슐랭 빕구르망에 선정된 ‘옥동식’. 나는 사실 이 식당이 뉴욕에서 팝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 알게 되었는데, 과연 맛이 어떨지 너무 궁금했다..
7시 40분경에 식당 앞에 도착했다. 한적한 주택가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옥동식의 한자로 된 나무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열명 남짓 들어갈 수 있을 법 한 규모의 조그마한 식당이었다. 나는 바로 대기명단에 이름을 적었다. 혼밥을 즐기고 좋아하지만 웨이팅 하는 식당을 혼자 방문하는 건 처음이어서 그런지 살짝 긴장했다.
대략 20분간의 기다림 끝에 자리에 앉게 되었다. 바 형식 테이블로 다소 협소하지만 아늑한 분위기였다. 나처럼 혼밥 하는 사람도 몇 명 보였다.
국밥만 먹기 살짝 허전할 것 같아 주문한 김치만두. 무난하고 적당히 맛있는 김치만두였다. 함께 곁들여 먹으니 좋았다.
물 맑은 계곡이 생각날 정도로 맑은 육수의 돼지곰탕이 나왔다. 옥동식의 메뉴를 돼지국밥이라고 표기하는 글도 많이 있었는데 확실히 국밥보단 곰탕에 더 가까웠다.
먼저 국물부터 한입. 지리산 버크셔 k 흑돼지로 육수를 낸다는 이 국물은 굉장히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났다. 어디선가 느껴본 것 같은 맛인데 깊고 흠잡을 데가 없는 그런 맛이었다. 간이 세거나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밥은 국물과 함께 말아져 나왔다. 찐득거리지 않고 흩날리는 밥알이었다. 얇게 썰린 돼지고기는 한 점씩 집어 고추지를 덜어 먹었다. 부드럽고 맛있었다. 특은 돼지고기가 두 배라고 하는데 보통도 충분하다고 느꼈다.
돼지냄새 가득한 시끌벅적 국밥집과는 대비되는 이곳. 조용함 속에서 흘러나오는 빈지노의 노래를 들으며 돼지곰탕을 음미할 수 있었던 옥동식. 이 분위기 너무 좋다. 기존 국밥의 얼큰하고 자극적인 맛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아쉬울 수 있지만 나는 가끔씩 옥동식의 돼지곰탕이 생각날 것 같다.
평점: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