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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Nov 27. 2018

밤과 낮이 교차하는 시간 달리기(9)

먼 동이 트며 밤이 낮으로 바뀌는 웅장한 기적

나는 조만간 이곳 철원에서 떠난다.

그 어느 곳보다 하늘이 이뻐서 많은 아름다움을 주었던 강과 평야 그리고 산이 어우러지는 한반도의 중앙 철원을 느낄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대교천 언저리의 풍경

그래서 거의 매일 뛰어서 출근한다.

헬렌 켈러는 사흘만 볼 수 있다면 둘째 날 "먼 동이 트며 밤이 낮으로 바뀌는 웅장한 기적"을 보겠다고 했는데 이러한 광경은 나에게도 하루가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이에 내 출근길의 엄청난 영감을 사진과 글로 표현하고 싶다.

오늘의 글은 하루에 본 광경과 느낌은 아니다.  최근 출근주에서 본 것과 느낀 것들이고 사진의 나열과 글의 서술도 시간흐름과 다를 수 있다.

출근복장

집을 나설 때면 항상 안전을 생각한다.

그래서 겨울에는 비니와 헤드렌턴은 필수품이 되고  나만의 출근주 시그니처이기도 하다.

때로는 광부 같고 우주인 같지만 실제는 더 놀라운 효과가 있다. 내가 바라보는 곳을 비추고 내가 갈 방향을 다른 이에게 알려주며 안갯속 달과 놀이할 때는 장난감이 되기도 한다.

달을 비추는 헤드렌턴

달과 노는 시간도 즐겁지만 밤이 낮으로 바뀌는 기적은 신비롭다. 시간상으로는 그리 길지 않은 그 시점에 동이 트고 세상의 인위적인 불들은 허수아비보다 더 쓸데 없어진다.

바다가 아니다. 논에 물댄 것이다.
동이 틀 때 잠시만 빛과 별이 공존한다.

하루가 밝아온다는 것은 시작만을 뜻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무언가에게는 끝이기 때문이다.

밝아지면 처음 없어지는 것은 별이다. 먼동이 트면 가장 먼저 사라진다. 태양도 별일진대 태양이 뜨면 별은 사라진다. 하나의 태양이 뜨기까지 수억 개의 별은 사라져야 한다. 아쉽지만 오늘 밤 날이 맑으면 또 볼 수 있기에 무덤덤하다.

낮이 되어가는 대교천
동이 트는 한탄강

밤이 낮이 되는 기준은 몇 가지가 있다.

첫째 해가 뜨는 시간이다. 하지만 한참 낮이 되어야만 해는 뜬다.

둘째 해상박명초, 일출 48분 전이고 이때부터 밝아지기 시작한다. 아마 거의 먼 동이 트는 시점이라고 보면 되고 수평선 기준으로 태양이 약 12°하단에 있는 것을 뜻 한다.

그럼 우리가 밤과 낮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따져볼 수 있는데 해 뜰 때 48분이고 해질 때 48분이며 하루 총 96분이다.

헬렌 켈러는 그중에 48분을 보고 싶다고 했다.

별 같은 서리

해가 밝으면 없어지는 것은 별뿐만이 아니다. 사실 별은 계속 떠있지만 우리가 못 보는 것이고 한기가 만들어낸 서리는 별보다는 오래 볼 수 있지만 존재 자체가 사라진다. 어제는 이 서리가 너무 이뻐서 계속 보고 있었고 작년에는 너무 이뻐서 사진을 찍었다.

서리 맞은 강아지풀

독보적이라서 이쁜 것이 있지만 평범한 것들이 모여 특별해지고 이쁜 것들이 있다. 내 출근길에 있었던 서리 맞은 강아지풀처럼 말이다.

나는 서리도 강아지풀도 되고 싶은 생각은 없으나 저들처럼 잘 어울리는 무언가는 만나고 싶다.

서리 맞은 난이

그런데 뛰어서 일터에 도착해서는 나도 가끔은 서리를 맞았다.


오늘은 여기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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