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난이 Oct 29. 2019

춘천마라톤은 청춘을 주는 가을의 전설!

2019년 춘천마라톤 후기

춘천마라톤이 가을의 전설인 이유는 상상을 현실화시켜주고 그 결과 중년이 청춘이 되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렇다고 이야기하는 데는 무리가 있으나 나에게 이번만큼은 그러하다.
3년 전부터 신청했는데 유독 춘천마라톤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참석 자체가 상상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 기다림은 느긋했지만 간절했다.

너무 흥분되어 전날 잠을 못 잤다.
새벽 4시부터 준비하고 6시에 버스를 탔다.
그리고 계속 이미지 트레이닝하였다.
나는 양쪽 발목, 왼쪽 무릎, 왼쪽 햄스트링이 안 좋으니 보폭을 줄이고 보속을 올리고 언덕에서 체력 소비를 최소화하고 내리막길에서 충격을 줄이자!
술과 달리기를 참고 규칙적으로 물리치료받고 지속적으로 스트레칭과 하드 한 카보로딩을 한 1주일 간의 금욕생활을 믿자!


이런 생각을 하니 벌써 대회장에 도착하였다.
지인분들과 인사하고 스트레칭을 하고 출발!
물을 너무 많이 마신 것 같다.
2km 지점에서 화장실에 갔다.
3km 지점에서부터 왼쪽 발목이 찌릿하고 발에서 힘이 빠진다.
처음에는 열 걸음에 한번 그랬고 4km 지점부터는 다섯 걸음 6km 지점에서는 매 걸음에서 찌릿하고 힘이 빠진다.
가민은 6분대로 뛰고 있음을 알려준다.
언제 이 바보 같은 레이스를 그만둘까 생각한다.
3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가 내 앞으로 갔고 12km 지점에서는 4시간 페이스메이커가 나를 지나갔다.
18km 지점의 오르막길이 내 한계라고 판단하고 왼쪽 신발끈을 풀러 버렸다.
완주는 물 건너간 것 같다.

한 발씩 뛰어가는데 뒤쪽에서 "비켜주세요!"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별생각 없이 바라봤는데 3분 뒤에 두 볼에 눈물이 흘렀다.
내게 보인 것은 첫 번째가 휠체어 그리고 런너(나중에 신문기사를 보니 션이었다.) 마지막은 휠체어에 탄 분...
그리고 아버지가 생각났다.
내 마라톤 시작의 이유!
2015년 11월 아버지는 폐렴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얼굴을 보고 싶어도 온기를 느끼고 싶어도 내게 허락된 시간은 단 30분이었다.
그 시간 흐른 뒤에는 공허함을 달래고 아버지가 숨을 제대로 못 쉬는 고통을 나누고 싶어서 뛰었다.
5km, 10km 그리고 30km.....
해가 지나고 1월 7일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49제 때 풀코스 완주 메달을 아버지께 드렸다.
나의 울음은 40여 개월 전의 그날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눈물에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울고 나면 강해진다.
이후 페이스가 조금 살아났다.
하프 지점에 도착하니 1시간 59분 54초, 이 페이스면 sub4라고 자축하며 망상에 가까운 상상을 했다.
현재의 페이스를 유지하여 끝까지 뛰고 만약 밀리면 막판 2킬로는 4분 30초 페이스로 밀자!
사실 몸 상태와 경험치로 보면 이 상상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자신을 믿어보기로 한다.

하프 지점 이후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다.
가을볕은 온화했다.
호수는 가을볕과 같이 반짝였다.
바람은 호수와 같이 살짝 흔들렸고
나는 그들과 함께 반짝이며 흔들거렸다.
그래서인지 하프 지점 통과 후 아프지 않았다.
아마도 내 상상이 가을날 춘천의 마술을 통해 전설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35km 지점부터는 sub4 가능한 시간을 역으로 카운트하며 뛰었다.
더 빠르게 뛸 수는 있었으나 참는다.
왜냐하면 경련이 일어나기 직전이기 때문이다.
질주본능 참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참았다.
그리고 3시간 59분 16초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눈물 몇 방울 흘려본다.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한다.
근데 마라톤은 보통 초반에 페이스가 말리면 엉켜버린다.
그 점이 인생하고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2019년 춘천마라톤은 나의 통념에서 벗어났다.
길이가 길다는 것은 그만큼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바뀔 수도 있고 이미 바꿔지고 있을 수도 있다.
문제는 내가 어떤 생각 어떤 상상을 하는가이다.

2019년 10월 27일 나는 가을의 전설이 되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춘천春川에서의 달리기는 나를 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하는 청춘靑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ITX청춘 입석을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정말 꿈같은 가을날이었다.

내가 다시 여러 상상을 하게 된 그날을 기억하고 또 다른 준비를 시작하려고 한다.

그래서 준비 단계로 마음을 정리하고 부상도 챙긴다. 이제 또 다른 세계로 달려갈 것이다.

마라톤은 완주 자체가 축하받는 힘든 운동이다.

내 삶도 누군가에게 축하받기 위해 서면 약간의 고난이 필요하다.

그래서 난 고난과 상상 속으로 뛰어갈 것이다.

이번 2019  춘천마라톤과 같이...

매거진의 이전글 싼 산티아고 둘레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