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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Oct 31. 2019

내 일과 내일!

미리 쓰는 2019년 회고록

내 일과 내일은 띄어쓰기만 다른 동음어(?)이다.
어제는 갑자기 내 일이 내일을 좌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의 내 일은 현재의 직업이나 하는 일만 뜻하는 것은 아니고 내일은 오늘의 다음날만 뜻하지는 않는다.
내 일은 업무나 삶의 이벤트를 대하는 자세를 의미하고 내일은 미래에 본인의 모습을 뜻한다.
내 일과 내일에 대해서 두 가지 사례로 알아보겠다.
내 일에 대한 것은 나의 학창 시절 이야기고 내일에 대한 것은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내 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참고로 나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다녔고 5학년까지 한글을 모르는 조금 많이 늦은 아이였다.
때는 내가 국민학교 2학년이었던 시절이었고 봄날인지 가을날인지는 모르겠으나 봄기운 같은 나른함과 가을볕 같은 따사로움은 지금도 정확하게 기억난다.
수업시간이었는데 내 자리가 창가였기에  그 나른함과 따사로움은 정확하게 나를 저격하였다.
그 결과 나는 몽롱했고 잡념이 머릿속에 몰아쳤다.
순간적으로 나는 이렇게 망상 중인데 친구들은 공부를 하는지 궁금해졌다.
처음에는 앉아서 돌아보고 나중에는 일어나서 둘러보았지만 급우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서 의자를 밟고 책상을 지나 창틀 위에 올라섰다.
처음에는 50여 명의 급우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것으로 보였으나 자세히 보니 어떤 친구는 낙서를 하고 다른 친구는 졸고 또 다른 친구는 잡담을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집중해서 공부하는 친구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후 선생님께 혼나고 창틀에서 내려왔고 그다음 날 우리 아버지는 학교에 오셔서 선생님과 면담을 해야만 했다.
돌발행동으로 나는 큰 대가를 치렀고 그 결과 얻은 "극소수만 열심히 공부한다"라는 진리는 내 인생을 두 번 바꿔주었다.
첫 번째는 나는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여 국민학교 5학년까지 한글도 모르는 까막눈이 되었다. 공부는 소수가 하는 것이기에 내가 꼭 소수 안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나의 논리였다.
두 번째는 전교 꼴등 하는 내가 열심히 공부하여 전교 1등도 하였다.
국민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뇌졸증으로 쓰러지셨고 우리 집의 가세는 급격하게 나빠졌다.
나는 어린 나이지만 무엇이라도 시작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왜냐하면 공부는 극소수만 열심히 하기 때문 경쟁이 심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글을 배우고 열심히 공부했다. 그 결과 전교 1등도 몇 번 해봤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창문틀에 올라가서 공부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을 명확하게 정리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이 경험을 통해 알았다.

다음은 내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약 25년 전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어떤 꼬마가 엄마에게 "내일이 언제야?"라고 물었다.
엄마는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내일이야!"라고 답했다.
하루 뒤 그 꼬마는 "오늘이 내일이야?"라고 물었고 엄마는 어제와 같은 대답을 하였다.
또 하루 뒤 그 꼬마는 "오늘도 내일 아니지?"라고 물었고 엄마는 "왜 그래? 하룻밤 자고 일어나야 내일이라니깐..."이라며 약간 짜증스럽게 대답하였다.
그 순간 아이는 울면서 "왜 나에게는 내일이 오지 않아! 나는 내일이 없는 거야?"라고 절망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 꼬마의 말에 동의한다.
나에게도 내일이 오지 않았고 나도 내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꼬마도 나도 항상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노력하는 것은 나에게 다가올 오늘 곧 내일(미래)을 위해서이다.

조금 빨리 2019년을 돌이켜본다.
나는 항상 내 일인가? 아니면 남의 일인가?를 따졌다.
그리고 게으른 나는 남의 일이라고 결정 내렸다.
그 결과 내가 남의 일이라고 정리한 만큼 나의 내일이 남의 내일로 바뀌었다.
2019년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것은 내 일을 정리하는 것이다.
그래야 2020년의 내일이 나에게 열릴 것이다.
의자와 책상을 밟고 창틀에 서고 선생님께 혼나도 정확하게 보고 내 일을 정리해야만 한다.
2019년이 지나가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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