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겁이 많다.
달리기는 내 취미고 좋아하는 것이지만
거리가 길어지고 페이스가 올라가면 겁이 난다.
2022년 2월 13일에는 35km를 4분 35초 페이스로 뛰는 날이었다.
나는 가민 열정세션에 포함되어 마라톤 풀코스를 준비 중이었고 훈련에서 매번 개인 최고 기록을 달성하고 있었다.
좋은 결과는 또 다른 모험에 기대감을 주지만
나는 다음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만 갔다.
나는 B조로 편성되었다.
우리 조는 열정세션 중에서 가장 모범적인 조라고 생각된다.
우선 개인이 모두 훌륭하고 배울 점이 많다.
칼같이 페이스를 만드는 페이스 장인도 있고
폭발적인 가속력을 갖은 대회 우승자도 있으며
힘든 고비를 미소로 넘기는 걸 크러쉬 한 분도 있다.
여기에서 나는 가장 많은 숫자를 보유한 사람일 것이다.
나이와 몸무게는 당연 1등일 것 같고
기록도 숫자가 제일 많은 가장 느린 사람일 것이다.
긴장하는 마음으로 출발하였다.
나는 맨뒤에서 출발하였는데
그 이유는 페이스를 익히고 케이던스를 배우기 위해서이다.
뛰시는 분들 말로는 잘 뛰는 사람은 발목이 아프고
못 뛰는 사람은 무릎이 아프다고 하는데
난 못 뛰는 사람이라서 무릎이 아프다.
특히 트랙을 뛰면 왼쪽 무릎이 찌릿하다.
하지만 적당한 이 계절의 햇빛 덕에
난 반바지를 입었고 이른 봄기운이 있는 바람이 여리여리하게 불어왔기에 무릎 통증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단지 곡면 주로에서 짝발로 뛰어서 고통을 줄이고 직선주로에서는 정상적인 주법을 구사하면 된다.
비루한 체력만이 걱정될 뿐이었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가민 열정세션 B조와 함께이고
그분들은 정말 에이스다.
나는 그냥 요래 저래 뭉쳐서 가면 된다.
하지만 35킬로미터는 정말 부담된다.
1킬로미터당 4분 35초의 페이스도 버겁다.
나름 소리도 안 지르고 케이던스도 올려서
체력소모를 최소화 한다.
나는 뛸 때 항상 계산한다.
몇 바퀴 뛰었지?
지금 페이스면 풀코스 기록은?
남은 거리는?
언제 물마시지?
하지만 2월 13일은 계산하지 않고 뛰었다.
아니 계산은 하였으나 평소보다 적게 하였다.
뇌가 쓰는 에너지도 아껴보고 싶어서이다.
그냥 팀원분들의 페이스와 호흡에 맞춰서 뛰었다.
이렇게 뛰니 26킬로미터까지는 비교적 수월하게 갔고 마라톤이 단체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 조원이 한 명씩 사라졌다.
세명이 되고 두 명이 되고 한 명이 되고
그리고 다시 두 명이 되고 다시 홀로 남겨졌다.
마의 32킬로미터를 통과하는데
페이스는 꺼지고 마음은 약해졌다.
천천히 뛸까?
아니 그만할까?
갈등이 생긴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나는 마라톤이 단체운동이라고 느꼈기때문다.
주로에 홀로 남았지만 나를 여기까지 끌어준
것은 혼자의 노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로 나의 마무리도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그냥 뛰자! 그리고 결국 완주!
삶은 책임감이라는 무게로 과도한 것을 요구한다.
나도 그것들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진짜 의무로 받아들이면 고통과 싸울 수 있고 그 끝에는 달큰한 한 줌의 행복이 있었다.
퇴근하고 마시는 소주 한잔 같은...
(또 꼰대 같은 소리 하네! 나도 꼰대네! ㅜㅜ)
하여간 이런저런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달리기였다.
마지막으로 달릴 기회를 준 가민 DDP,
인도해주신 김승호 코치님과 유현경 코치님,
그리고 피니셔클럽열정세션 여러분
감사합니다.
특히 우리 B조님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