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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Apr 17. 2023

오이소박이

똑같은 두 분의 엄마

나에게는 두 분의 엄마가 계신다.

한분은 나를 낳아주신 엄마고

한분은 아내를 낳아주신 엄마다.

우리엄마 두분

나를 낳아주신 엄마가 연세가 많으니 이하글에서는 큰 엄마라고 칭하고 아내를 낳아주신 엄마를 작은 엄마라고 표현하겠다.

반백살에 가까운 나는 두 분 다 엄마라고 부른다.

네이버에서 따온 사진

나는 오이를 무지 좋아한다.

그냥 오이도 먹고, 고추장을 찍어서도 먹는다.

오이지도 오이소박이도 좋아한다.

짜도 맛나고 그렇지 않아도 맛난다.

큰엄마 : 나를 낳아주신 분

큰엄마는 음식에 대한 지조가 있으셨다.

아들이 맛있어하는 음식은 질릴 때까지 해주셨다.

예를 들어서 도시락에 진미채를 쌓아주셨는데

다 먹으면 이후 석 달 열흘 동안 진미채를 먹어야 했다.

여기서 비싼 고기, 달걀말이 등은 제외다.

네이버에서 따온 사진

근데 아들이 그리 비싸지 않은 오이를 좋아한다.

우리 집에는 오이지가 떨어져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오이소박이는 좀 다르다.

나는 밥 한 숟가락에 오이 하나분량을 먹어버리기에 매번 만들어 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희소성이 있는 오이소박이를 최고로 좋아했다.

그중 봄부추로 속을 만든 것은 으뜸이었는데

오이골라서 씹어먹고 남은 소에 밥을 비벼먹고 국물에 국수를 말아먹으면 최강이었다.

큰 엄마의 젊은 시절

세월은 큰엄마의 건강뿐만 아니라 미각까지도 뺏어갔다.

타지에서 일하는 아들이 집에 가면 밥과 함께 오이지와 오이소박이를 만들어줬는데

간이 점점 세졌다.

세상이치를 조금도 모르는 시절에는 반찬투정을 하였지만

큰엄마가 병원에 입원하는 횟수와 시간이 길어지니

점점 짜지는 오이소박이를 점점 더 갈구하였다. 

그리고 큰엄마는 2020년 이후 오이소박이를 만들지 못하게 되었다.

사실오이소박보다 그분이 백만 배는 더 그립다.

작은엄마(아내를 낳아주신 분)


작은 엄마는 아름답다.

그래서 그분의 따님도 이쁘다.

음식 솜씨도 최강이다.

 결과 나는 결혼하고 6개월 만에 15kg 었다.

김치도 담아주시고 제철 음식도 만들어주신다.

어제는 오이소박이를 만들어주셨고

아래와 이 문자를 주셨다.

작은 엄마의 문자

문자를 보는 순간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오이소박이 아삭아삭 씹는데 짠맛이 느껴졌고

나는 짠해졌다.

오이소박이는 작은 엄마가 만들었는데

엄마를 느꼈다.

그렇게 좀 긴 저녁식사를 하고

어머니께 문자를 보내드렸다.

내가 작은 엄마에게 보낸 문자

지금 생각하니 너무 행복한 식사였다.

두 분 모두에게 잘해드려야겠다.

나는 아들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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