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강제적 꼬마철학자(3)
의무기반에서 목적기반으로...
세월은 인식의 밖에서 조용히 흐르나
세상을 바꾸고 아이를 성장시켰다.
성장이라는 표현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이는 여러 가지의 결핍이 존재하였기 때문이었다.
아이는 중학생이 되었고 하교 이후에는 여전히 아버지와 함께 산에 갔다.
학업에 대한 열정은 한글을 배우는 것까지였다.
배우고자 하는 욕구는 없었다.
아니 먹고, 자고, 싸는 기본적 욕구 외에는 욕심도 없었다.
멋진 옷, 좋은 집 등 재물에 대한 욕심도 없었다.
민첩한 몸, 멋진 목소리, 많은 지식 등 뛰어난 능력에 대한 욕심도 없었다.
그저 학교에 갔고
그냥 아버지랑 산에 갔는데
모든 행동은 의무감이었고
목적도 의미도 욕망도 없었다.
그때쯤 누나들이 한 명씩 결혼을 하였고
아이에게는 매형이 생겼다.
아이는 매형들의 말을 듣는 것을 좋아했다.
가족들은 일상에 관한 이야기 하였지만
매형들은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특히 첫째 매형은 사회의 고난함도 알려주었고
언젠가는 직면해야 하는 경쟁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5년 뒤 대입이라는 시험대를
10년 뒤 취업이라는 관문을
이후 지속적인 생존을 위한 전쟁을
설명해 주었다.
아이는 매형의 말을 반복해서 생각했다.
처음에는 경쟁이라는 것을 숨이 막혀했고 피하고 싶어 했다.
근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마냥 피할 수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왕 싸움을 시작할 거면 빨리 싸워야 한다고 결심하였고 첫째 누나와 매형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중학교 2학년 늦은 시기에 거처를 매형집으로 옮기고 공부를 다시 시작하였다.
사실 그때도 공부에 목적이나 이유가 없었다.
경쟁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때 아이는 알파벳을 처음으로 A부터 Z까지 써봤다.
이 모습에 누나도 매형도 놀라는 것 같았다.
모든 지식수준은 매우 낮은 상태였다.
하지만 아이는 의무감으로 공부를 이어나갔고 겨울방학이 끝나고 3학년이 되어서 모의고사를 봤고
첫 결실을 맺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아이의 성적은 대략 반에서 40등이었는데 3학년 첫 번째 모의고사에서 반에서 10등을 하였다.
그런데 아이는 많이 기쁘지는 않았다.
실수로 틀린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엄마도 아빠도 누나도 매형도 너무 좋아했다.
엄마는 매형에게 연신 고마워했다.
다른 누나들과 친구들은 신기해했다.
이런 모든 모습을 보면서 아이에게는 공부할 목적이 생겼다.
"공부를 해서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 드리자!"
그 이후 아이는 의무감으로 공부하지 않았다.
가족의 기쁨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하여 공부하였다.
그때 시험은 아이의 변화를 측정하는 도구였다.
성적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다음 시험이 부담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두통을 달고 살았다.
가족에게 기쁨을 주는 것만큼 머리가 아팠다.
아이는 자신의 의지를 한 편의 시로 썼고
그 글로 하여금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
제목 : 변비
변비는 작게 여러 번 배만 아프고 찝찝하다.
화장실에서 불현듯 산고의 아픔을 생각한다.
작게 여러 번... 내가 지금 배가 아프듯...
어머니의 마음은 더 아플 것이다.
난 작은놈은 되지 말아야겠다.
아이가 비장한 마음으로 이 글을 썼고
읽는 모든 사람들은 웃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공부하는 알았을 것이다.
아이도 웃어주는 가족과 매형들에게 고마웠다.
고단함을 녹여주는 웃음이었다.
힘듦을 포장해 주는 웃음이었다.
의무감에서 시작한 공부가 목적을 갖은 순간
성적만 바뀐 것은 아니었다.
시험지의 정답률이 올라가니 가족들의 웃는 횟수도 늘어났다.
그렇게 아이는 공부의 목적을 달성해 갔다.
사람이 변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데
주된 이유는 다른 사람이다.
누나를 통해 만난 매형들의 여러 충고가 아니었으면 아이는 계속 의무감에 살아갔을 것이다.
아이누 목적을 갖게 한 매형들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특히 꿈을 꾸게 한 첫째 매형에게 고마움을 갖고 자신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