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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Jul 19. 2016

아버지 이야기#8 배낭여행

2016년 7월 19일 여행에 대한 한두가지 추억

어린 시절부터 여름만 되면 가족여행을 떠났다.

그때는 1980년대 초반으로 인제 내린천에 가면 우리 텐트 밖에 없었고 동해안도 사람이 별로 없었다.

어린 시절의 경험때문인가? 여름에 여행을 다니는 것은 20대의 나에게는 꼭 해야하는 행동이었다.

1990년대 중반 난 육군사관학교을 다녔고 여름 방학은 3주였다. 그중 2주는 공장 혹은 공사판에서 돈을 벌었고 그 액수는 30만원이 좀 넘었는데 20만원은 부모님께 드리고 10만원 좀 넘는 돈으로 배낭여행을 다녔다.

주로 경비는 지역 간을 이동하는 차비와 식비로 썼고 같은 지역 내에서는 도보로 이동하였으며 잠은 연립주택 옥상가는 계단에서 잤다.

절대 원칙이 두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여행간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는 것이고 둘째는 한 지역에서는 한곡의 노래만 듣는 것이다. 그러면 노래에 건물과 풍경이 배경이 되고 향기와 냄새가 배고 현지인의 삶이 그려지게 된다. 사진 한장 안 찍어도 여행기 하나 안 써도 앨범이 되고 여행기가 되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노래들만 있으면 1990년대 중반의  여러도시로 여행이 가능하다.

1997년 3월 경 아버지는 나의 마지막 여름방학에 뭘하고 싶냐고 물으셨고 나는 생각 없이 해외로 배낭여행 가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예전과 같이 일하고 국내여행을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그 후 아버지는 50년 가까이 피신 담배를 끊고 중풍으로 몸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도 폐지를 주워서 파셨으며 그렇게 좋아하시는 자동판매기 밀크커피 한잔을 안 드시고 돈을 모으셨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 닿았는지 나는 학교에서 지원받아 미국이라는 나라로 여행가게 되었고 아버지는 그간 모으신 40만원이라는 거금을 선뜻 내주셨다. 물론 어떤 돈인지 알기에 쓰지는 못 하였으나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짠한  이벤트였다.

이리도 좋은 여름날이면  아버지와 함께한 즐거운 여행도 아버지 덕에 홀로 떠난 여행도 엷은 안개 쌓인 풍경 같이 마음 속 눈에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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